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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프로야구 마운드에 오르는 까닭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맨 오른쪽)가 삼일절인 지난 3월 1일 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72차 수요시위에 참석,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대형 해임장에 서명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90)가 광복절을 앞두고 프로야구 kt wiz의 홈 구장 마운드에 오른다고 27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경기 광주시 등에 따르면 kt는 이 할머니를 8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 시구자로 초청했다. kt는 올해부터 매년 8월 초 열리는 wiz의 세 경기에서 나오는 안타 1개당 10만원, 홈런 1개당 50만원을 합쳐 나눔의 집에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는 시구 제의에 처음에는 “내가 공을 던질 힘이 없는데…”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 실상을 알리며 인권활동을 해온 할머니가 야구장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가 크다’는 지인 말을 듣고 “하겠다”고 승낙했다. kt는 이날 경기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나눔의 집 관계자, 봉사자들도 초청했다.

부산 출신인 이 할머니는 14살 때 중국 옌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에도 중국에 머물다가 2000년 6월 58년 만에 귀국해 이듬해 어렵게 국적을 회복했다. 위안부로 고초를 겪을 당시 일본군 도검에 찔려 손과 발에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치아가 빠지고 청력이 떨어져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귀국 전부터 앓던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 보행이 자유롭지 못해도 초청장이 오면 국내외 어디든 달려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내 목소리로 직접 피해참상을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등지를 거의 매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가 겪은 참상을 세계인들에게 알렸다.

2013년에는 미국, 독일, 일본 3개국 12개 도시를 오가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했다. 당시 도시 간 이동 거리(약 5만㎞)가 지구 한 바퀴(4만120㎞)를 넘었다. 지난해에도 강일출 할머니(89)와 함께 미국 대학 등을 대상으로 해외 순회 증언을 다녀왔다. 올해도 4월 중국 상하이 미국학교(SAS) 초청을 받아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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