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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의 ‘와인의 정석’…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정수 ‘샤블리 레 클로’

몸과 마음이 지치기 쉬운 여름이다. 이맘때면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한 보양식을 찾곤 한다. 그런데 도수가 높은 술과 음식은 자칫 궁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에는 화이트 와인이 딱이다.

프랑스에는 한국의 강원도와 비슷한 위치에 ‘샤블리(Chiblis)’라는 지역이 있다. 부르고뉴 북단에 위치한 이곳은 선선한 기후와 석회질이 풍부해 화이트 와인의 명산지로 꼽힌다. 파리에서 2시간 정도를 달리면 12번 지방도로에 샤블리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와인을 숙성하는 참나무로 만들어서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시작부터 설레게 한다.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도로 옆으로 길게 뻗은 포도밭들을 지나면 옥세르 마을이 보이는데, 이곳은 세렝강의 청정수를 관개수로 사용한다. 그래서 포도밭들은 산 중턱 언덕에 위치한다.

특유의 미네랄 맛을 가진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이곳의 자랑거리다. 샤블리 와인의 명성은 중세부터 알려졌지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다. 다만 루이14세와 루이15세로 이어지는 프랑스 와인의 전성기 때부터 시작됐을 확률이 높다. 포도 품종의 전래는 로마제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드라이 타입의 화이트 와인은 중세 시토회 수도사들이 부의 척도로 샤르도네를 심기 시작했을 것이다.

샤블리 와인의 특급 포도밭들은 모두 7곳인데, 그중 ‘레 클로’의 명성이 아주 대단하다. 전체 포도밭이 약 30만평 규모인데, 7곳 모두 생산량을 제한하고 각각의 개성을 추구한다. 샤블리의 품질 차이는 편차가 큰 편으로, 토질과 일조량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샤블리 와인의 흥행은 신대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미국에서 화이트 품종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태평양에 인접한 절벽에 샤르도네를 심었고, 태평양의 해풍과 넉넉한 한낮의 일조량이 샤르도네 품종의 또 다른 개성을 창출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면 거의 샤르도네 품종이라 생각할 정도로 인지도가 아주 높다.

프랑스와 미국 샤르도네의 특징은 아주 다르다. 백악기 시절 침적된 점토와 석회질에서 자란 프랑스는 경쾌한 신맛과 레몬·라임 등의 향이 강한 반면 캘리포니아의 샤르도네는 질감이 무겁고 버터·유산의 향이 강하다. 그리고 프랑스 샤블리 지역은 위도가 높아 서리에 취약해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 재배자들이 애를 먹는다. 특히 레 클로 포도밭은 석회암 바위로 이루어진 경사면이라 작업공간이 비좁고 아주 위험하다.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재배자들의 열정이 대단할 따름이다.

고대 바다였던 샤블리 지역의 와인들은 생선이나 갑각류 요리와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데, 한국의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민어와 아주 잘 맞는다. 예부터 임금님의 보양식으로 유명한 민어는 기력을 회복시키고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준다. 샤블리 와인의 라임과 레몬, 경쾌한 산미, 미네랄 맛은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민어와 멋진 궁합을 보여준다.

마스터 소믈리에 전성완은 누구?

독일 베스트팔렌 주립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전성완은 Wine&Spirit education trust(WSET/영국 본원) Level 4 Diploma를 수료했다. 이후 WSET(영국 본원) 마스터 소믈리에, 영국 래디슨 에드워디안 호텔 총괄지배인으로 일하다 귀국해 한국조리사관학교 호텔 식음료학과 총학과장, 롯데호텔 나인에비뉴 총지배인을 지냈다. 한국타이어, 교보생명, SK텔레콤, SK건설 외 다수의 CEO 와인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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