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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아, 그의 곁을 스쳐간 세 가지 운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

배우 이시아는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 항로를 바꿀 만한 큰 기회 둘을 만났다. 한 번은 걸그룹으로의 데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지상파 드라마의 깜짝 주연발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번의 기회는 간발의 차이로 그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스포츠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 ‘덕장(德將)’과 ‘지장(知將)’ ‘용장(勇將)’ 중 제일은 ‘운장(運將)’이라고 한다. 아무리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운’을 이기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그 운이 그를 다시 찾아오고 있다. <하녀들> <도플갱어> <별난 가족> 등의 영화에서 주요배역을 연기한 후 다시 최근 OCN <터널>로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만든 배우 매니지먼트 전문회사 ‘아티스트컴퍼니’와 계약하게 된 것이다. 그의 나이 이제 만 스물여섯, 대운(大運)은 아직 트이지 않았을 수 있다. 관건은 그가 실력을 키워 이 운과 함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일 뿐. 이시아는 그 시작점에 서있다.

최근 OCN 드라마 ‘터널’에서 신연숙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아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인근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이 작품이 이렇게 사랑받을지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연숙이가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온라인을 보면 다 연숙이의 이야기더라고요. 신기하고 얼떨떨했어요.”

그가 최근 출연한 드라마 <터널>에서 맡은 역할은 주인공 박광호(최진혁)의 아내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는 수사물의 한복판에서 그가 남편 광호에게 건네며 “위험할 땐 불라”고 줬던 호루라기는 따뜻한 온기가 됐다. 무채색의 어두운 배경에서 밝은 빛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듯이 이시아의 존재도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각인됐다.

“최근 <시그널>을 비롯해 <터널>까지 연이어 수사물에 출연하게 됐는데요. 마침 스릴러를 좋아하는 취향인데 장르물에 자주 나오게 됐어요. 감독님들의 말씀으로는 ‘피해자의 얼굴’이라고 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사랑받으니 좋은 거죠.”

원래 미술을 전공하던 이시아는 중고등학교에서 이 공부를 마무리하고, 대학교 전공은 연기를 택했다. 마침 일본에 갈 일이 많았는데 연예기획사의 제안을 받아 일본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한다. ‘치치’라는 팀이었다. ‘샤인’이라는 가명을 쓰면서 활동했다. 많이 연습은 못 했지만 노래하는 일을 좋아해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다. 공연을 많이 하고 음악방송도 많이 돌았다. 하지만 털털한 성격의 그에게는 귀여운 팀의 콘셉트는 어려운 과제였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기회였다.

최근 OCN 드라마 ‘터널’에서 신연숙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아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인근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제가 목소리도 좀 중저음이고 해서 팀의 콘셉트와 맞추기가 힘들었어요. 결국 연기가 더 맞다고 생각했죠. 2014년쯤에 국내에 다시 넘어와서 진로를 고민했어요. 시간이 좀 있으니 메이크업을 배워보기로 한 거였죠. 이렇게 활동을 하다가 정말 우연히 MBC 드라마 <구암 허준>에 합류하게 됐어요. 작은 의녀 역할로 시작할 뻔 했는데 감독님이 세자빈 역할을 주셨어요. 당시 광해군 역의 인교진 오빠와 함께 하는 연기였죠. 부담도 되고 혼나기도 하고, 힘들었던 적응기였어요.”

두 번째 기회 역시 갑자기 왔다. 그해 9월에 방송된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여주인공 역할로 낙점된 것이다. 상대역은 비(정지훈)였다. 그에게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잘 붙잡고 준비를 하던 도중 대본연습 3일 전에 그 배역의 주인공이 정수정(크리스탈)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시아는 비의 극중 첫사랑 윤소은 역할로 정수정이 연기한 윤세나의 언니를 연기했다. 그 캐스팅이 결정되고 촬영이 진행됐다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사실 제게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라 현실인가 싶어 어리둥절하기만 했어요. 뭔가 꿈속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 것만 같았죠. 하지만 이후에도 운이 좋게 <하녀들>에도 출연하고 계속 드라마를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럼에도 세 번째 운은 그에게 또 다가오는 것 같다. 김원석PD의 드라마 <시그널>에서 극중 조진웅이 짝사랑하던 피해자를 연기한 다음 아티스트컴퍼니와 연이 닿았다. 정우성은 첫 미팅에도 떨지 않은 그를 높이 추켜세우며 영입을 제안했다. 이 회사는 현재 연예계에서 가장 알찬 영입을 거듭하는 회사가 됐다. 최근에는 모든 배우들이 모여 한꺼번에 화보도 찍었는데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단다.

최근 OCN 드라마 ‘터널’에서 신연숙 역을 연기한 배우 이시아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인근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저희를 하나의 상품을 봐주시지 않고, 인간적으로 봐주시는 부분에 마음이 끌렸어요. 결국 행복을 위해 연기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러한 마음을 가장 잘 지켜갈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경험을 거치고 특히 그 안에 사람을 확 휘어잡을 기회가 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면, 사람은 맥이 탁 풀리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의욕도 없어지고 후회만 남는다. 하지만 이시아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톱스타가 돼 사랑을 받는 일도 좋겠지만 지금이 행복하고 현재가 즐겁다면 굳이 복잡한 건 생각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세 번째 운이 안 오면 또 어떤가. 운은 그 스스로 또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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