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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미스터피자 회장 사퇴는 ‘눈 가리고 아웅’

· 이 기사는 6월 29일자 9면에 게재됐습니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이 지난 26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대주주는 정 전 회장과 아들 정순민 현 사내이사, 그 다음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이는 딸 정지혜씨다. “어차피 MP그룹의 기업구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MP그룹은 사퇴한 정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주식을 갖고 있는 오너그룹이다. MP그룹의 지난달 30일 마지막 공시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MP그룹의 지분을 16.09%(1355만7659주)를 보유하고 있다. 또 미국 국적인 아들 정순민 이사와 딸 정지혜씨가 각각 16.09%(1355만7659주)와 6.44%(542만3063주)를 갖고 있다. 이외에 미성년자인 손자 정민희씨가 1.63%(137만5487주), 친인척으로 알려진 정영신씨가 6.44%(542만3063주)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어 사실상 한 가족이 회사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의결권을 가진 지분 거의 전부를 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열회사 임원으로서 MP그룹의 지분 4.07% (343만979주)를 갖고 있는 정동진씨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전환사채권이며 지난 3월 MP그룹 대표로 선임된 최병민씨 또한 의결권 있는 주식은 1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은 주주가 총회에 출석해 결의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다. 즉 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경영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

결국 정 전 회장 일가 외에 어떤 사람도 MP그룹의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회장 직함을 내놓은 정 전 회장은 여전히 가장 막강한 의결권을 가진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정 전 회장이 이날 사퇴의사를 밝히며 숙였던 인사와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정 전 회장이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가족들이 소유한’ MP그룹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에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최근 정 전 회장은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일반가보다 비싼 가격의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사)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취임하며 “특권과 반칙에 대한 단호하고 엄정한 대처”를 천명한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의 첫 번째 주요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정 전회장은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어 이른바 ‘갑질 보복영업’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성공하려면 ‘을’이 돼야 합니다. 내가 우위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갑’처럼 행동한다면 그때부터가 실패의 시작이에요.”

이 말은 지난 2012년 정우현 당시 MPK그룹 회장이 서울 방배동 그룹 본사에서 열린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자리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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