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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골’ 데얀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것에 행복하지 않다.”

지난 12일 포항에 1-0 승리를 거두고 기분좋게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던 서울 관계자가 데얀의 돌발 발언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데얀. 프로축구연맹 제공

“굳이 저런 발언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데얀은 2007년부터 9시즌을 뛰면서 285경기 출장에 164골 38도움을 기록 중인 서울의 살아 있는 레전드다. 올 시즌에도 팀내 최다인 10골을 터뜨리며 녹슬지 않은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데얀이 감독의 기용 방식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고 나섰으니 화들짝 놀랄 만도 했다.

지난 5월20일 강원전부터 6월21일 대구전까지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한 데얀은 이후 5경기에서는 풀타임을 뛰지 못했다. 전북전에선 벤치만 지켰고, 광주전에선 14분, 포항전에선 22분을 뛰는 데 그쳤다. 누구보다 승부근성과 프로정신이 강하고,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데얀이 줄어든 출장시간에 아쉬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데얀의 에이전트인 이영중 이반스포츠 대표는 “데얀 정도 나이 되면 전 세계 어떤 선수도 마음이 똑같을 것”이라며 “한물 갔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뛰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주려는 생각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물론 데얀은 베테랑답게 선을 넘지는 않았다. “감독의 결정인 만큼 따라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한 발 물러난 것이다.

데얀의 투정에도 불구하고 황선홍 서울 감독은 ‘박주영 선발, 데얀 조커’ 방식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주영의 최근 경기력에 대한 신뢰와 더블어 데얀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승부처에서 조커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서울 박주영.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2일 전북전에서 종료 직전 극장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한 박주영은 광주전과 포항전에서 잇따라 선발로 출전했다. 박주영이 골과 관계없이 투쟁적, 헌신적으로 해주고 있고, 특히 전방에서 리더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는 게 황 감독의 평가다.

데얀을 후반 교체 투입하는 것은 황 감독이 데얀을 배려해주는 측면도 있다. 황 감독은 “날씨가 상당히 덥기 때문에 승부처가 되는 시간대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36살로 적지 않은 나이의 데얀을 선발로 투입해 전반전부터 힘을 소진하는 것보다는 후반 승부처에 교체로 투입하는 게 훨신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데얀은 광주전과 포항전에서 교체투입된 후 잇따라 골을 터뜨려 황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영중 대표는 “감독은 양(뛰는 시간)보다는 질(골)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황 감독이 데얀을 효과적으로 잘 쓰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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