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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개콘’ 복귀 신봉선 “집 공개 싫어 관찰예능 고사, 이젠 바뀌어야죠” [인터뷰]

다시 돌아온 무대, 그 중압감은 12년차 개그우먼에게도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최근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복귀를 결정한 개그우먼 신봉선은 그 스스로 “주말에도 출퇴근하는 회사원처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꼭 그런 말이 아니더라도 그의 현재 일주일을 톺아보면 그의 부담감은 잘 알 수 있다. 녹화 이틀 전부터 그렇게 잘 넘어가던 밥이 맛이 없고, 주말에도 <개콘> 연습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 나왔다. 오나미, 김민경 등 예전 친하게 지내다 이제는 <개콘>의 중추가 된 후배들에게 하소연도 해본다. “에이, 언니 잘 할 거잖아요”하는 후배들의 속 모르는 위로만 돌아온다.

신봉선은 2008년 ‘대화가 필요해’가 끝난 후 거의 햇수로는 9년 만에 <개콘>에 돌아왔다. 그는 ‘대화가 필요해’의 프리퀄(이전 시대 설정을 다루는) 격인 ‘대화가 필요해 1987’과 함께 부활한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신봉선녀 역으로 등장했다. 수줍은 듯하지만 터프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 ‘동민 엄마’와 함께 누군가의 미래가 보이는 예지능력을 가진 무당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한다. 내일 모레 서른아홉이 다돼 소개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것마저 쏙 들어갈 정도로 그는 현재 <개콘>에 집중하고 있다.

9년 만에 KBS2 ‘개그콘서트’ 무대에 복귀한 개그우먼 신봉선. 사진 KBS

“주말에도 연습실에 나와요. 너무 불안해서 못 있겠더라고요. 보통 다들 그러시잖아요. 오랜만에 무슨 일을 하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요. 대사도 긴 것은 잘 안 외워지고, 무대에서 놀아야 하는 생각은 있는데 잘 안 되네요.”

그의 복귀는 전적으로 함께 하던 동료들 때문에 이뤄졌다. 최근 <개콘>은 베테랑 김대희를 비롯해 박성광, 강유미, 안상태 등 과거 ‘역전의 용사’들의 대거 복귀를 시작했다. 장동민, 김지민 등의 복귀도 시간문제다. 최근 이뤄진 <개콘> 900회 특집에서 오랜만에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했던 신봉선은 김대희의 복귀 권유에 고민 끝에 마음을 돌렸다. 마음속에는 개그우먼들의 무대 수명을 더욱 길게 하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개그우먼으로서 ‘핫하면’ 많이 나오고 지면 그만두는 게 아니라 연령대를 넓혀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통 개그우먼들은 출산, 결혼 등으로 피치 못할 공백기가 생기는데 애 낳은 개그우먼들이 나와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친했던 (정)경미가 임신을 하고 망가지는 연기를 할 때 관객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빨리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해서 애 엄마도 망가질 수 있다는 전례를 보여주고 싶죠.”

9년 만에 KBS2 ‘개그콘서트’ 무대에 복귀한 개그우먼 신봉선의 ‘봉숭아학당’ 코너 ‘신봉선녀’ 역 분장 모습. 사진 KBS

2005년 데뷔 이후 3~4년을 집처럼 올랐던 무대, 그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동료들이 모두 긴장하는 모습을 봤다. 특히 1999년부터 무대에 올랐던 김대희가 계속 대본을 수정하고 연기를 맞추는 모습을 봤다. 그 역시도 수많은 고민을 했다. ‘신봉선녀’ 캐릭터는 과거 김현숙이 연기한 ‘출산드라’와 비슷해 보일까봐 걱정됐고, ‘대화가 필요해 1987’은 이전 코너와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일단 자신에게 제일 잘 맞고, 대사 역시 입에 제일 잘 붙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서서히 후배들과의 접점도 넓히고 싶다.

“제가 아마 오나미씨가 있는 23기까지 봤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31기 친구들이 신인이더라고요. 요즘은 그런 일이 일과죠. 후배들에게 다가가서 ‘너무너무 미안한데, 너는 이름이 뭐니? 다음에는 네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서 그래’ 이런 말들이요. 지금은 선배들, 동료들과 코너를 짜지만 나중에는 후배들과도 한 번 에너지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8년 이후 <개콘>을 벗어난 신봉선은 본격적인 예능인의 길을 걸었다. 무대는 넓었다. <골드미스가 간다> <무한걸스> <식신원정대> <영웅호걸> 등 여성 예능인이 활동하는 범위가 넓었다. 하지만 그의 활동은 어느새 부턴가 대중의 눈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MBC <일밤-복면가왕>에 연예인 패널로 출연 중인데 출연자가 감동적인 열창을 할 때 눈시울을 붉히는 그의 모습이 아니면 대중은 그를 TV에서 잘 찾을 수 없다.

9년 만에 KBS2 ‘개그콘서트’ 무대에 복귀한 개그우먼 신봉선. 사진 KBS

“새로운 예능을 하려면 늘 새로운 그림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여성 예능인들은 그런 기회가 많이 없어요. 아무래도 리얼 버라이어티 등 예능들이 남자 출연자 위주로 많이 돌아가거든요. 그럴 때 송은이, 김숙 선배들은 대단했어요. 잘 안 됐을 때 본인들의 팟캐스트를 만들어 출연했거든요.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여성 예능의 침체도 있겠지만 그의 취향 때문인 것도 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밀어닥친 관찰 예능과는 취향상으로 거리가 먼 예능인이었다. 요즘 예능은 연예인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집 공개도 한다. 배우자 공개는 예사고 부모님, 자식들도 공개해서 웃음을 준다. 신봉선은 그런 부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는 일과 사생활 사이의 정확한 구획을 짓고 싶어했다. 그래서 집을 공개하라는 예능이 많았지만 고민 끝에 고사한 것이 꽤 많다. 얼마 전에도 하나를 고사했다고 했다.

“시대는 급변하죠. 예전에는 가만히 있으면 일이 들어오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제가 나서야 해요. 저도 이 변화에 익숙해야겠다고 생각하죠. 집에 먼지, 티끌하나 보여주기 싫어서 예전에는 단칼에 거절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고민을 깊게 해보고 거절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마인드는 어느 정도 바뀌었다고 봐야죠.”

예전 신봉선과 나눈 인터뷰가 떠올랐다. 당시 만 29세의 그는 “서른다섯에 결혼하겠다”고 했다. 이제 그는 벌써 만 서른일곱이 됐다. 그 질문이 생각나 다시 했더니 “마흔에는 해야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난해 아무도 안 믿는 ‘임신 프로젝트’를 지인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던 그는 지금 만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언젠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서 ‘엄마’ 개그우먼의 진수를 보여줘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개콘>의 위상을 세우는 것이 당면 목표다. 그래서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예능 섭외가 와도 <개콘>만은 지키고 싶다는 말하는 그에게서 지금의 <개콘>을 바라보는 선배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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