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만 자라다오”
배우 유승호(25)는 대중의 바람을 잘 실현한 배우다. 그래서인지 데뷔 18년 차를 맞는 지금까지 연기력이나 행실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 유승호는 작품 외적으론 ‘바람직한 청년’으로 알려졌다. MBC 수목극 <군주>에 함께 출연한 박철민은 “경이로운 아이다. 박보검·강하늘보다 최고”라며, 영화 <봉이 김선달>에 함께 출연한 라미란은 “유승호가 사기치면 집문서라도 꺼낼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인간’ 유승호는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를 향한 덕담이 끊이지 않는 걸까.
이러한 궁금증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유승호를 마주 하며 단숨에 풀렸다. 인터뷰 전 대기시간, 그는 밝게 웃으며 다가와 기자들에게 일일히 눈을 맞추며 90도로 인사했다.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 때문인지, 아니면 예의바름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서 광채가 흘렀다. 상대를 배려하는 인성 외에도 이날 기자의 눈길을 끈 건 가식없는 솔직한 입담이었다.
“촬영 때 밥을 잘 안 먹었어요. 많이 먹으면 대사를 칠 때 트림이 나거든요.” 몸이 많이 말랐다는 말에 유승호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뱉은 말이다. 누가 그의 입에서 트림 얘기가 나올 줄 예상했으랴.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된 50여 분간 명대사(?)를 날리며 ‘탈출불가’한 매력을 발산했다.
■냉철한 자기 판단=“제가 용기가 없는 거죠.”
-지난 2014년 말 군 전역 후 <조선마술사><봉이 김선달> 등의 작품을 통해 사극에 도전했다. 이번에 또 다시 사극을 택한 이유는?
“전 멜로보단 슬픈 감정을 다루는 데 자신감을 느껴요. 그런 연기를 할 때 마음이 편하죠. 솔직히 말하면 제가 용기가 없는 거죠. 전작들이 흥행실패를 하고 나서 ‘또 안 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자신감 없던 상태였다보니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군주>의 시나리오가 좋기도 했고요. 사극을 좋아해서 선택한 건 아니에요.”
■가식없는 솔직함=“공부가 진짜 싫어요.”
-대학 진학을 포기했는데, 아직 공부에 대한 욕심은 안 드나?
“아직 없어요. 공부하는 걸 안 좋아해요. 공부가 진짜 싫어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공부를 했었는데요, 현장 나가는 와중에 학교에서 시험을 보잖아요. 그거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부모님께서 ‘사람이 공부를 해야한다’고 해서 억지로 했었죠. 고등학생 때 했던 인터뷰에서도 ‘공부 싫다’고 얘기 많이 했을 걸요? 전 정말 공부가 싫은 건데, 그 말이 기사에서 빠지는 바람에 다른 지원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미화가 됐죠.”
■새로운 연기욕심=“지질한 양아치가 멋있어 보여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선’을 표현하는 역은 많이 해봤으니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굳이 계열을 고르자면 지질한 삼류 양아치요. 전 그게 멋있어 보여서요.(웃음)”
■유승호만 느끼는 콤플렉스 =“멜로는 자신이 없어요.”
-멜로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군대에서 쌍커풀은 아닌데 눈 위에 선이 하나 생겼어요. <봉이 김선달>을 찍을 때 감독님이 서예지를 사랑스럽게 봐 달라고 하셨죠. 그래서 제 딴에는 사랑스럽게 봤는데 저더러 ‘왜이렇게 응큼하게 쳐다보냐’고 ‘변태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사람이 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대요. 선이 집중하거나 피곤하면 더 짙어지더라고요.”
■뻔한 대답은 거부한다 =“정크푸드, 엄청 먹어요.”
-체력관리, 식단 관리는 어떻게 하나?
“정크푸드 엄청 먹어요. 살이 안 찌는 체질이거든요. 저한텐 ‘마른 남자’라는 게 스트레스예요. 남자답게 체구도 좀 있고 듬직하고 싶은데 안 그러니까요. 트레이너 선생님이 몸에 지방이 없으니 살찌는 거든 뭐든 무조건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밤마다 라면을 끓여먹고 자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책임감=“작품이 안돼도 걱정, 잘돼도 걱정이예요.”
-차기작은 정해졌나?
“아직 안 정해졌어요. 작품이 잘 되도 걱정, 안 되도 걱정이예요. 두려움에 휩쌓여서 쉽게 선택을 못하는 것 같아요. 이번보다 더 잘돼야 되는데 하는 압박이 있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일에 대한 신념 =“제일 스트레스를 받는 곳도, 마음이 편한 곳도 현장이에요.”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여행 많이 가보고 싶고 스킨 스쿠버나 스카이 다이빙을 꼭 해보고 싶어요. 해외 여행도 가서 놀고요.”
“현장은 제일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 제일 편한 곳이예요. 빨리 작품이 끝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끝나면 불안하고 다시 현장을 가고 싶단 마음이 일주일도 안 돼 들어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해야하나보다. 나랑 맞나 보다 생각해요. 그런 게 절 지금까지 현장으로 이끌고 가는 것 같네요.”
25세. 딱 그 나이대 다운 순수한 욕심과 일에 대한 애정이었다. ‘잘 자란’ 유승호에게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우리 승호 하고 싶은 거 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