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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디니, 새 장대 여제 우뚝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은퇴한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새로운 여제가 탄생했다. 그리스의 카테리나 스테파니디(27)가 장대 여왕으로 군림할 태세다.

스테파니디는 7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개인 최고이자 올 시즌 최고인 4m91를 넘어 2위 산디 모리스(미국·4m75)를 가볍게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4m85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스테파니디는 메이저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며 장대 여제로 우뚝 섰다. 스테파니디는 금메달을 확정한 뒤 그리스 국기를 몸에 두르고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배우 안소니 퀸이 선보인 그리스 민속춤 ‘시르타키’를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스테파니디는 이후 이신바예바의 세계선수권 기록(5m1)을 넘는 5m2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리스의 카테리나 스테파디니가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7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4m91을 뛰어 넘어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이신바예바가 10년 넘게 세계 최고 스타로 군림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도핑 파문으로 이신바예바가 지난해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되고 은퇴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의 시대가 됐다. 2015 베이징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야리슬레이 실바(쿠바)가 ‘포스트 이신바예바’의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스테파니디는 불과 3년 전만해도 4m40~50 대의 기록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2015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인 4m75를 넘으며 2위에 올라 처음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열린 베이징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활약이 기대됐으나 4m45에 그쳐 전체 15위로 결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경기력의 기복이 심해 정상에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코치이자 남편인 미첼 크라이어와 함께 약점을 찾아 보완하며 기록을 끌어올려나갔다. 지난해에는 리우올림픽 직전에 열린 유럽 선수권에서 4m81을 넘어 처음 유럽 정상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 리우올림픽에서는 4m85를 넘어 성공 시기에서 앞서며 미국의 모리스를 제치고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맛봤다.

스테파니디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처음으로 4m90 벽을 넘어 자신의 기록을 깨고 올 시즌 최고 기록으로 가볍게 정상에 올랐다. 앞선 세계선수권대회 결선 진출에도 실패했던 그는 2년간 놀랍게 기량을 끌어올려 ‘포스트 이신바예바’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그는 자신의 성장을 남편이자 코치인 미첼 크라이어의 공으로 돌렸다. 스테파니디는 국제육상경기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이 놀라운 결과는 코치의 천재적인 노력 덕분이다. 그는 내 몸과 정신의 상태를 잘 알고 준비하게 도와줬다. 그가 유도하는 대로 훈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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