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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이상해’ 톱스타 진성준 역 강다빈, 그를 만든 99%의 끈기 1%의 자신감 [인터뷰]

“그런 느낌으로 보이는 게 제일 싫었어요.”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극중 이준이 연기하는 안중희와 라이벌로 등장하는 톱스타 진성준 역을 연기 중인 신예 강다빈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다. 1992년생, 우리 나이로 스물일곱이 된 이 배우를 정의하는 단어는 ‘오기’이자 ‘끈기’다. 무엇이든 할 일을 남겨놓고는 절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고, 사실이 무엇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는 일을 싫어한다. 거기에 이러한 자존감을 뒷받침할 지구력을 갖췄다. 190㎝에 다다르는 큰 키를 보고 설렁설렁 싱거운 스타일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그의 눈은 지금도 꼭 자신이 원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극중 톱스타 진성준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강다빈.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강다빈은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현재 변미영 역 정소민과 안중희 역 이준과 삼각관계에 한창이다. 극의 주인공 변한수(김영철)의 셋째 딸 변미영은 무던한 성격이지만 복잡하고 다단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와 고생이 한창이다. 처음에는 싸가지가 없었던 안중희와의 관계가 개선될 때 쯤 강다빈이 연기하는 진성준이 투입됐다. 그는 안중희의 소속사 동료에다 안중희가 출연하고 싶은 드라마의 주인공을 빼앗는 야심가다.

“저희끼리는 ‘빙그레 나쁜 놈’이라고 불러요.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 톱스타라고 해서 다층적인 캐릭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있고 당당한 모습을 부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한 때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요.”

2013년 JTBC 드라마 <그녀의 신화>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던 그는 삼각관계지만 누군가의 로맨스 안에 포함되는 역할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뭐든지 신기하다. 원래는 소품 같은 역할이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준, 정소민과 연기호흡을 자주 나눌 정도로 배역을 성장시켰다. 어려운 선배들이지만 두 사람의 도움이 너무나 고맙다. 특히 정소민과는 의외의 인연도 있었다.

“촬영을 앞두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소민 누나를 함께 만나게 된 거예요. 저희는 서로 그 친구를 아는 공통점을 몰랐거든요. 그날부터 호칭이 ‘선배님’에서 ‘누나’가 되고 더 편해졌죠. 이준 선배는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진지하세요. 그런 점에서 감화를 많이 받죠.”

그는 원래 극중 변라영(류화영)의 상대 박철수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결국 지금 그 역을 하고 있는 배우 안효섭에 밀려 배역은 따내지 못했지만 오히려 톱스타 역을 맡아 본인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신인이라 아직 스타일리스트나 코디네이터가 많이 따르지 않지만 촬영 중에는 톱스타라 이들이 구름처럼 따라다니는 장면이 매번 신기할 뿐이다.

“본격적으로 삼각관계가 생기기 시작하니까 커피숍을 가면 아르바이트하시는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어머니께서도 주변에 많이 자랑해주세요.(웃음) 조금씩 이름을 알릴수록 더욱 더 행실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생겨요.”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극중 톱스타 진성준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강다빈.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어릴 적 아역 연기자로 연기의 맛을 본 강다빈은 중학교 때 키가 180㎝를 훌쩍 넘는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했다. 이후 국악예고에 진학해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최태준과 동기로 연기를 배웠다. 남들이 보면 나름 탄탄대로였다. 국악예고 때는 1등으로 입학해 어깨가 으쓱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의 항로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대학을 연기전공으로 가려고 14개 학교에 원서를 냈지만 모조리 떨어졌었어요. 그때도 자신감은 있었죠. ‘학교가 내 가치를 모르는 거야’ 생각하고 매니지먼트 회사를 알아봤죠.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표님이 계약금도 안 주시고 사라지는 일이 있었어요. 군대를 갈 생각이 있었는데 3수의 나이로 다시 한 번 도전하자 생각해서 서경대 모델연기과에 입학하게 됐죠. 이후 슈퍼모델 대회에도 나가 입상을 하기도 했어요.”

<그녀의 신화> <아이언맨>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스스로를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오디션 때마다 버릇처럼 따라 붙는 “군대는 다녀오셨어요?”라는 말이 스스로에게 숙제로 자꾸 남았다고 했다. 그래서 얼른 의경을 지원해 입대한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전역 전까지 사드 배치, 촛불집회 등 의경으로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기도 했다.

“사실 나이도 어리고 해서 정치에 큰 관심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의경 생활을 하면서 자꾸 뉴스를 접하고 관심을 가지니까, 정말 정치가 우리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모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나 몰라라’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좋지 못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매사에 계획을 세우고, 빠진 일이 있으면 끝까지 신경쓰고,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으로 그는 전역 후에도 꾸준히 자신을 일궜다. 전역 후 비는 시간을 참지 못해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운동을 한 김에 결과를 보고 싶어 올해 ‘머슬 마니아’ 대회에도 출전해 ‘톨 부문’ 2위에도 입상했다. 그가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몸이 커지는 걸 우려한 회사에서 만류하기도 했지만 그는 “제 몸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있어요. 배역에 필요하면 뺄 게요”해서 15㎏를 감량하며 결국 회사의 신뢰를 얻었다.

“운동을 열심히 할 때는 하루에 5시간 넘게 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저녁 촬영이 끝나면 피곤하지만 촬영 후 24시간 운영하는 헬스장을 찾아볼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애를 써요. 운동을 많이 한 덕분에 액션 연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꼭 여배우와 서로 사랑하는 로맨스도 해봤으면 합니다.”

그는 송원석과 함께 KBS2 아침드라마 <꽃 피워라 달순아>에 캐스팅돼 다음 달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배역은 지금 연기하는 진성준보다 조금 더 야망이 있고 ‘못된’ 역할이다. 이 연기를 거치고 나면 그의 이름은 조금 더 대중에게 알려질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에 무섭도록 몰입하는 이 신예의 자기관리는 그의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쉽게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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