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남성:소개팅으로 만나서 6개월 간 교제해 온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결혼을 약속한 상태고요. 제가 지방 공기업을 다녀서 주말 데이트를 해왔어요. 저한테 잘해 줘 결혼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선배 한 분이 “여자 친구의 성격장애가 심각하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처음 사귈 때는 모두에게 사교적으로 대하고 많이 베풀지만, 자기 이익에 도움이 안 되면 상대에 대한 억지 소문을 퍼트리고, 반드시 복수하려고 애쓰고, 그 사람이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끝까지 괴롭힌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요즘은 자신의 아버지가 재력가라고, 아버지 사업에 투자하라는 말까지 주위에 말하고 다닌다는데, 사실 여자 친구 집은 부자가 아니거든요. ‘예비 장인’은 빌딩 수위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아요.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하고 부모사랑을 못 받았다고, 술 취한 날 울면서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어요. 그 상처까지 이해하고 안아주며 살고 싶었는데….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여자 친구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혼란스럽겠어요.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분은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선배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소시오패스는 우리의 일상 속에 함께 있는 무척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에요. 인구의 25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예요. 내 친구 중에, 직장 동료 중에, 그리고 내 가족 중에도 소시오패스가 있을 확률이 높아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달라요.
우선 사이코패스는 선천적 성격장애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소시오패스는 자라면서 양육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성격장애를 갖게 됩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충동적이고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유년기 시절에 당한 가정폭력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얻은 트라우마 때문에 후천적인 성격장애를 가지게 됩니다. 소시오패스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소시오패스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견해도 많아요.
사이코패스는 끔직한 범죄를 충동적으로 저지르며 자신의 무서운 기질을 드러내기 때문에 미리 경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정말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내 곁에 함께 지내면서 반윤리적·반사회적인 일들을 저지르기 때문에 알고 보면 사이코패스보다 더 무서운 유형이지요.
소시오패스는 얼핏 매우 친절하고 많이 베푸는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매우 계산적이에요.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어떤 싸움에서건 지지 않으려 애쓰죠. 만약 타인과의 감정싸움에서 지거나 자신이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복수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자신을 성격 좋은 사람, 화끈한 사람, 선심을 베푸는 사람으로 잘 위장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타인을 교묘하게 잘 이용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발각되면 자신도 피해자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동정심에 호소하면서 자신은 결백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하고 순진한 사람을 가해자로 지목해서, 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끝없이 거짓말을 만들어 내고 소문을 냅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만들어 내지만,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반윤리적 행동이라는 사실을 판단하는 능력은 있지만, 죄책감을 느낄 줄 모릅니다. 진정한 반성을 모르는 사람이 소시오패스입니다.
우선 선배의 말만 믿지 말고, 여자 친구와 그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세요. 사람을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죠. 결혼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을 때 결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문화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문화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문화치유 교육센터 ‘더공감 마음학교’와 ㈜더공감 커뮤니케이션의 대표다. 경찰대학교 외래교수로 있으며,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문화치유학교>를 연다. 저서로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이 있다. 고민상담은 skima1@hanmail.net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