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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의 PM 6:29] 봉중근, ‘야구인생’ 3000번째 이닝을 위하여

LG 봉중근. 이석우 기자

의사의 한마디가 그런대로 위로는 됐다. “3000이닝 정도 던지면, 당연히 아플 만하다”는 말이 괜한 소리로 들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닐 엘라트레체 박사는 류현진(LA 다저스)의 어깨 수술 집도의이기도 했다.

지난 6월말 봉중근(37·LG)은 미국으로 건너가 야구 인생 2번째 어깨 수술을 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지난 시즌을 거의 재활로 보낸 뒤 맞은 새 시즌, 결국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가만히 돌아보니 야구인생 통틀어 2800~2900이닝은 던진 것 같았다. 열여덟이던 신일고 2학년 때 결정한 미국행이었다. 미국프로야구 애틀랜타에 입단해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KBO리그와 국제대회 마운드까지 오르 내린 이력이 왼쪽 어깨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았다.

LG 트윈스 피칭아카데미 원장인 이상훈 코치로부터 장문의 메시지도 날아왔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 먹는 것이 ‘죄’는 아니다. 포기한다는 생각하지 말자. 순리대로 재활하면 반드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문구였다. 봉중근은 휴대폰을 열어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봉중근은 이미 재활로만 6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경험이 있다. 2004년 신시내티에서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고, 2011년 왼쪽 팔꿈치를 다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아픈 곳만 치료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확신했던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재활을 시작했다.

봉중근은 “수술과 재활이란 게 내 개인의 문제도 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내 나이에 어깨 수술을 하고도 재활에 성공해 다시 던질 수 있다면, 후배들에게 어떤 긍정적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그런 문화 속에서 선수생활을 오래 하는데 간접경험 같은게 되고 싶다”고 했다.

봉중근 또한 누군가를 보며 힘을 얻은 적이 있다. 바로 손민한(전 NC)이다. 손민한 역시 30대 중반을 지난 2009년 어깨 수술을 했다. 그는 3년 동안 재활을 했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3년간 20승을 더 했다.

귀국 뒤에는 경기 이천의 2군구장 숙소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재활의 효율성을 키우면서도, 그 과정부터 젊고 어린 후배투수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어떤 선수는 입단할 때부터 부상과 싸우며 지친 탓인지 포기하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이 나이의 나도 다시 하는데, 못할 게 없다”며 손을 내밀고 있다. 까마득한 후배가 다시 기운을 차리는 게 보이면, 봉중근이 오히려 힘을 얻기도 한다.

봉중근은 “나한테 오히려 좋은 시간 아닌가 싶다. 또 훗날 지도자를 할 수 있다면 이 시간이 참 소중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수술 뒤 집도의는 복귀까지 1년을 예상했다. 내년 후반기 즈음이다. 봉중근은 다시 어떤 성적을 내고 싶다는 타깃은 만들지 않았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시 올라가 3개월이든 4개월이든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떻게든 반드시 마운드로 돌아가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이겠다는 마음만은 굳게 먹고 있다. 그게 바로 봉중근이 얼마남지 않은 야구인생 3000이닝을 채우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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