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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돋보기] 무리뉴, 인터뷰 기술도 ‘스페셜 원’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 사령탑 중 가장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사람이 바로 조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다. “축구 경기는 지루할 수 있지만 무리뉴의 기자회견은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지난 19일 스완지시티와의 2017~2018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은 무리뉴 감독의 뛰어난 언어 감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맨유는 스완지시티를 4-0으로 대파하고 기분좋은 2연승을 달렸다. 맨유가 개막 후 2경기서 모두 4-0 대승을 거둔 것은 1907년 이후 110년 만의 일이었다. 무리뉴는 들뜨지 않았다. 그는 한마디 말로 구름 위에 올라가 있던 기자회견장을 땅으로 내려놓았다.

“지난 시즌에도 2경기서 승점 6점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6위로 시즌을 마쳤다는 걸 말하고 싶다.” 기자가 무리뉴의 그 말을 받았다. “그게 교훈이 되겠죠?” 평범한 감독이라면 “지난 시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선에서 그쳤겠지만 무리뉴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승부세계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건 교훈이 아니다. 축구의 현실이다.” “이제 겨우 2경기를 했을 뿐이다. 여기서 졌다고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다. 이겼다고 천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시즌은 길고, 탄탄대로만 걸을 수는 없다. 힘든 길,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준비되어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보낸 것이다. 자만심을 경계하는 한편으로 무리뉴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시즌과 다른) 이 팀을 더 잘표현할 수 있는 말은 자신감이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시작하고 자신감을 갖고 후반전에 나선다. 지켜서 이기자는 게 아니라 골을 더 넣자는 의지가 있었다.”

예전 무리뉴의 ‘혀’는 늘 까칠했다. 상대를 자극하고, 견제하고, 심리싸움을 하는 수단이었다. 그에겐 기자회견도 경기의 일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좀 더 점잖아진 느낌이다. 자극적인 표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그 속에 든 칼은 여전히 날카롭다. 지난 5월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 뒤 “축구에는 많은 시인들이 있다. 하지만 시인들은 많은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한 말이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축구를 강조하는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나 맨유의 축구 스타일을 “지루하다”고 비판한 피터 보스 전 아약스 감독, 언론까지 싸잡아 꼬집은 것이다. 괜히 ‘스페셜 원’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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