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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돋보기] 5년 전과 똑같은 골·관중·제스처…소름끼치는 루니 세리머니 사진

‘익숙한 얼굴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튼의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가 지난 22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2호골이자 자신의 리그 통산 200호골을 터뜨린 뒤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의 숨은 뜻은 사진에 있었다. 루니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골 세리머니를 하는 루니에게 맨시티 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웨인 루니가 지난 22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팀의 선제골이자 자신의 통산 200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원안에 있는 사람들은 5년 전에도 같은 위치(오른쪽 네모 사진)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맨시티 팬들이다. 오른쪽 사진은 5년 전인 2012년 12월 맨유에서 활약하던 웨인 루니가 맨시티전에서 개인통산 150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장면. 옷차림과 제스처 등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루니·CaughtOffside 트위터 제공

그런데 이 사진은 2012년 12월9일 루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와 경기할 때 골 세리머니 사진과 소름이 끼치도록 비슷했다.

5년이나 흘렀는데도 두 사진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이 3명이나 됐다. 사진 오른쪽 상단의 아버지와 아들, 사진 왼쪽 가운데의 남성이 그들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5년 전과 같은 위치에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아들이 5년 전과 달리 아버지보다 훌쩍 키가 컸을 뿐이다. 왼쪽 가운데 남성은 옷차림이나 표정, 제스처까지 5년 전과 판박이다. 5년 전과 같은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은 매년 시즌 티켓을 구입해 관전하는 맨시티의 열성팬으로 보인다.

루니는 5년 전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도 에티하드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루니는 개인통산 149호골, 150호골을 잇따라 터뜨리며 맨유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루니는 5년 전 두 번째 골과 똑같이 박스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아 골을 성공시켰다. 패스가 온 오른쪽 측면을 향해 달려가 골 세리머니를 하면서 5년 전과 같은 데자뷰를 연출하게 된 것이다. 루니는 맨유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11골을 넣었다. 리그 통산 50번째 골도, 루니의 가장 환상적인 골로 꼽히는 2011년 오버헤드킥골도 맨시티전에서 나왔다. 맨유 시절에도 맨시티 팬들을 열받게 했던 루니가 에버턴으로 이적해서도 또 맨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었으니 맨시티 팬들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몇몇 맨시티 팬들은 루니에게 손가락으로 V자 표시를 만들어 야유했다. 손바닥이 남을 향하게 하면 ‘승리’를 뜻하지만 손등을 내보이면 남을 욕하는 행동이 된다.

루니는 베테랑답게 맨시티 팬들의 야유를 즐겼고, 트위터에 농담까지 올리며 200번째 골의 여운을 만끽한 것이다.

루니는 “에티하드에서 몇 차례 골을 넣었다”며 “달콤한 순간들이었고, 맨체스터의 나머지 붉은 절반(맨유팬)도 틀림없이 그것을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의 나머지 푸른 절반(맨시티)은 또 한 번 V자를 그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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