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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한 장의 사진과 짧지만 깊은 글 ‘낯선 당신 가까이로’

카피라이터 김기연. 그는 사람 사이를 서성이며 관계를 탐구하는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코드판처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바쁜 일과 속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기쁨이 있어 삶은 살아갈 만하다고 믿는다. 그 사이 <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 <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단어의 귓속말> 등으로 독자를 만나 왔다.

<낯선 당신 가까이로>(오픈하우스)는 오랜 시간 동안 그가 렌즈 너머에서 수런대는 소리들에 가만히 귀기울여 모은 글과 사진을 엮어낸 책이다. ‘낯선 당신’에서 시작된 이 책은 ‘당신만이’ ‘외면’ ‘못난 위안’ 등을 거쳐 ‘선택’까지 페이지마다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짧지만 깊이 있는 글을 나란히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여행과 일상이 교차하는 사진들은 우리가 스쳐 보내는 모든 순간에 사랑이 존재함을 일깨운다. 평범해 보이는 오늘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어디론가 향하고, 그리고 그곳에 도달함을 이 책의 사진들은 보여주는 듯하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랑의 행위’와 닮았다. 무언가에 시선이 머물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우리는 순간적으로 그 행위에 담긴 마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누군가를 떠올리고야 만다. 저자는 “사진마다 생각, 취향, 관심, 사물, 공간, 기억들이 어른거려 마치 그때마다 낯선 당신 앞에 선 피사체라도 된 듯이 묘한 감정들이 교차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에게 다가가려 했던 흔적들을 좇아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준 자리, 텅 빈 자리,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고요히 응시한다. 삶의 심층부에 화석처럼 각인된 짧고도 강렬한 사랑의 순간들은 그렇게 다시 되살아난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낯선 당신 가까이로>는 끝내 생소한 존재인 ‘당신’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과 드러내지 못한 몸짓을 기록했다. 사랑 앞에 한없이 서툰 당신에게 이 책을 건넨다. 말하지 못할 사연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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