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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만명 만난 ‘사전MC계의 유재석’ MC딩동 “저는 스타를 빛내주는 밤하늘이에요” [인터뷰]

여기 ‘사전MC계의 유재석’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있다. 이 사내는 2007년 SBS 공채 9기 개그맨 중에 수석을 차지했을 만큼 촉망받는 신예였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폐지돼 웃음을 잃었다. 서울 대학로의 월세 1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배를 곯던 이 사내는 스스로의 힘으로 ‘사전MC’로 일어섰다. 흔히 ‘바람잡이’ ‘비방용 MC’ 등으로 불리는 이 직군을 체계화하고 하나의 방송 직군 중 하나로 다듬은 이가 바로 MC딩동(본명 허용운)이다.

현재 그의 입지는 대단하다. 그가 없이는 대한민국 가수들이 쇼케이스를 할 수 없고, 배우들은 팬 미팅을 하지 못한다. 한 때 한 달이 몇 십 만원을 벌던 그는 지금 연봉 3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익을 벌어들인다. 게다가 자신 만의 MC 레이블 ‘딩동해피컴퍼니’를 설립하고 MC배, MC준 등의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그의 주무대는 방송이든 행사든 주인공들의 뒤다. TV에 나오지 않아 그를 아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늘어가지만 한 번 그의 언변에 매료당하면 자연스럽게 그가 펼치는 ‘말의 성찬’을 기대하게 된다.

MC딩동이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월요일은 KBS2 <불후의 명곡>, 화요일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고정 방송이 있어요. 그리고 주말에는 tvN <SNL 코리아> 사전 MC를 보고 있고요. KBS 쿨FM의 <황정민의 FM 대행진> 목요일 코너에 초대손님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정 일정이 있고요. 나머지는 그때그때 들어오는 행사에 나가죠.”

MC딩동은 인터뷰가 있던 날도 서너 개의 일정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총 48개팀의 가수 쇼케이스 사회를 봤고, 가수의 생일파티 36건의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배우도 박서준, 이준기, 박해진 등은 맡아놓고 MC딩동을 찾는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상반기에 이 같은 기록을 넘어섰다. 과연 연봉 3억원은 지난 이야기고 훨씬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정이다.

“가수의 경우 컴백하는 팀은 꼭 30분 전에 행사장에 도착하고요. 데뷔하는 팀의 경우는 1시간 전에 행사장에 가있죠. 물론 사전에 무대 동선을 확인하고 큐시트(진행순서)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데뷔라는 건 인생의 큰 행사잖아요. 이런 행사를 치르는 분들에게 그냥 정성으로 가면 안 되죠. 그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MC딩동의 진행능력은 단순히 행사의 분위기를 띄우고, 주인공의 말을 잘 전하는데 만 머무르지 않는다. 행사 진행일정이 출연자에게 무리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의견도 개진하고, 기자들이 다수 참석하는 행사의 경우에는 사진 앵글을 정리하고, 질문을 기억해뒀다가 출연자가 잊지 않도록 되새겨주는 역할도 한다. 그는 ‘사전MC’라는 조연에 불과하지만 결코 음담패설, 욕설, 외모비하 등으로 웃음을 주지 않는다. 항상 최고의 의상을 갖춰놓고 무대에 오른다.

MC딩동이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다른 노하우는 없어요. 제가 쇼케이스할 때 보니 제 얼굴에 모자이크가 돼 있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저는 사진에 걸리면 안 되겠구나 하고요. 그때부터는 확실히 빠집니다. 저의 역할은 앞에 있는 스타가 빛날 수 있는 ‘밤하늘’이 되는 거예요.”

그는 이런 정성과 배려의 마음으로 세를 키우고 있다. 당장 그의 곁에는 대기업 CJ E&M에 입사했다가 사전MC를 꿈꾸며 사직서를 낸 ‘MC배’가 있었다. 함께 한 지 2년 이 넘은 두 사람 말고도 딩동해피컴퍼니에는 두 명의 ‘육성 MC’가 더 있었다. MC딩동은 일정이 없으면 이들과 함께 모든 일정을 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고, 초보 MC들이 스스로 갈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원래 MC가 되고 싶어서 개그맨을 한 거였어요. 당대의 인기 MC들이 다 개그맨 출신이시더라고요. 그래서 타이틀을 따고 싶어 SBS 시험을 봤고요. 엠넷 VJ 경력도 있었죠. 하지만 <웃찾사>가 폐지된 후 어렵게 공연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다른 사람을 재밌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나를 재밌게 해다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정말 저는 제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막상 저를 아끼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즐거워하지 않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그는 직접 SBS 공채 수석 프로필을 갖고 서울 대학로 인근 예식장을 돌며 프로필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혼식 사회를 보고, 돌잔치 사회를 보면서 입담을 키운 후 당시 <윤도현의 러브레터> 사전 MC를 보던 개그맨 변기수의 일정이 빌 때 대타로 들어가 결국 사전MC를 꿰찼다. <불후의 명곡> 사전MC로 활약하다 진행자 신동엽의 소개로 <SNL 코리아>에도 진출했다.

MC딩동(오른쪽)과 MC배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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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종로에서 행사를 할 때의 일이었어요. 종로에서 행사를 할 때의 일이었는데 행사장에 세 분이 계시더라고요. 관계자분이 도서상품권 두 장을 주시며 관객을 모객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앞의 세 분이 떠날까봐 더 초조했었어요. 지금은 사전MC를 보면 1000명, 1500명이 앞에 계신데 그때가 많이 떠오르죠. 결국 방송에서 성공하려면 계속 결핍을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더 간절하고 절박해야 이룰 수 있어요.”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이제 좀 유명세를 얻었으니 카메라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는 언제나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자신이 내려가고 진짜 진행자가 올라가면서 나오는 박수소리에 어떤 때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비록 진짜 진행자보다 말을 두세 배 많이 하고도 TV에 나오지 않지만 프로그램 시작 당시의 박수소리에 자신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섞여있다는 생각을 하면 쉽게 마이크를 놓을 수 없다.

“저는 예능 프로그램의 ‘우렁각시’라고 생각해요. 11년 동안 세어보니 제가 행사로 만난 분들만 1700만명이 넘더라고요. 제가 영화 <명량>의 관객수를 이긴 거죠. 제가 비록 나중에 잘 되더라도. 사전MC는 꼭 계속 하고 싶어요. 저는 3등이지 3류는 아니거든요. 나중에 다른 이들의 쇼케이스가 아닌 제 쇼케이스를 꼭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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