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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통일구간마라톤] 서울의 설욕, 그리고 한체대와 건국대가 벌인 5초차 명승부

서울과 충북은 출발 전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1971년 남북적십자 회담을 기념해 창설된 이후 47년 역사와 전통을 쌓아온 대통령기 전국통일구간마라톤대회 우승컵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최고 권위의 상징이다. 지난해 초유의 6연패를 달성하려던 꿈을 충북에 의해 좌절당한 서울은 단단히 설욕을 별렀다. 충북은 내친 김에 2연패를 다짐했다.

제 47회 대통령기 통일구간마라톤대회에 서울 대표로 참가한 전재원 선수가 경기도 파주 임진각 골인지점을 1위로 들어오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서울은 경향신문사 앞을 출발해 은평구 녹번동 대성주유소에 이르는 5.5㎞ 구간에서 첫 주자 오성일(배문고)이 18초26으로 달려 1위에 나섰다. 그 뒤를 충북 김중환(충북체고)이 4초 차로 바짝 따라붙으며 역전을 노렸다. 경기와 강원의 도전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서울은 제2소구간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대성주유소에서 벽제교까지 이르는 제2소구간은 은평 뉴타운을 지나 고양시로 넘어가는 9.0㎞ 길이의 대로로 끝 지점에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결되는 ‘마의 코스’다.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을 참고 달려야 하는 난코스를 서울체고 전수환은 28분30초 만에 주파, 김종윤(29분37초·충북체고)이 뛴 2위 충북을 중간 합계 1분11초 차로 따돌렸다.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여기서 벌어진 서울과 충북의 300여m 간격은 구간을 더할수록 벌어졌고 골인 지점에서는 서울(2시간30분33초)이 외롭게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신용민, 박정우(이상 배문고) 등 올해 고교랭킹 1, 2위를 다툰 선수들의 질주를 지난해 우승 주역들이 졸업한 충북이 따라잡기는 버거웠다.

서울 조남홍 감독(배문고)은 “고른 실력을 발휘해준 선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면서 “내년에는 더 좋은 기록으로 우승할 수 있도록 다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5년째를 맞는 팀 대항전에서는 한국전력과 건국대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일부 주전들이 컨디션 난조로 빠진 한국체대가 무서운 정신력을 발휘하며 대역전승을 일궜다.

한체대는 전체 4구간 경기 가운데 2소구간(29.5㎞)까지 1시간36분38초를 기록, 건국대(1시간35분56초)에 42초나 처져 2위를 달렸다. 그러나 벽제교에서 한우리 주유소로 이어지는 제3소구간(10.2㎞)에서 김명준이 31분27초로 역주한 끝에 합계 2시간8분5초를 끊어 마침내 건국대를 9초 차로 앞지르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제4소구 싸움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한체대 정의진과 건국대 김용수는 결승점을 50여m 앞둔 지점까지도 어깨 싸움을 벌일 정도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악”하는 함성을 내지르며 마지막 힘을 쓴 정의진이 먼저 테이프를 끊는 순간 관중들은 명승부에 큰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47.0㎞ 레이스에서 5초차 승리를 거둔 한체대(2시간31분35초) 선수들은 정의진을 높이 헹가래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1, 2위의 간격은 10m도 채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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