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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음 외롭다냥’, 고양이를 부탁해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양이는 개에 비하면 독립적이고 홀로 지내는 데 제법 익숙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양이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동물은 아니다. 고양이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편견 때문에 되레 고양이는 외롭다.

집 안에서 잠만 자는 고양이를 보면 여유롭기 그지없어 보인다. 온종일을 자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창문 턱에 누워 유유자적 길거리를 구경하는 듯한 고양이를 보자면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는 시인 같아 보인다.

그러나 고양이도 외로움을 느끼는 동물이다. 다만 개가 보호자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고양이는 이를 아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고양이가 외로움을 느끼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가 외로움을 느끼면 다른 이상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식욕이 줄고 △큰 소리로 울거나 △대소변을 원래 자리에 보지 않고 △그루밍을 과도하게 하기도 하고 △ 함께 있는 동물에게 분풀이하기도 한다. 또 보호자가 집에 돌아왔을 때 과도하게 반긴다든가 △특정 물체를 자꾸 먹거나 씹어 놓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함께 사는 고양이가 외로움을 타는 것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

집에 있는 고양이를 외로움으로 인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야생생활보다 현저히 줄어든 활동량의 영향이 크다.

코넬대학교 캐서린 홉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동에서 열린 한국임상수의학회에 참석해 고양이도 사회적 동물임을 강조했다. 그는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혼자 있길 좋아한다’는 편견과 선입관 때문에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길고양이의 경우 하루 중 사냥과 놀이로 보내는 비율은 15%에 달했으나 집고양이는 1%에 그쳤다. 반면 집고양이는 수면시간 비율이 60%에 달했지만 길고양이는 40%였다.

야생에서의 고양이는 잠을 자면서 체력을 비축하고 사냥 활동으로 에너지를 소모했지만 반려묘들은 그럴 일이 줄어들었다. 탁월한 운동신경을 가진 ‘전문 사냥꾼’들은 집 안에서 지내면서 더 이상 사냥을 할 일이 없어져 외로움을 느낄 일이 잦아졌다.

애묘인 한아름씨 제공
애묘인 한아름씨 제공

고양이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가장 큰 특효약은 역시 보호자의 관심이다. 보호자가 사회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출시간이 길다면 반려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하루 최소 20분 정도 여러 차례 고양이용 장난감으로 놀아주며 사냥 본능을 충족시켜 주고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

캣타워나 스크래처 등을 제공해 반려묘의 지루함을 달래는 방법도 좋다. 또 반려묘가 창문 밖을 바라볼 수 있게 창문을 열고 캣타워를 창문 근처에 놓는 등 다양한 환경적 요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반려묘를 입양해 친구를 만들어 주는 방법도 있다. 다만 사람도 대인관계가 쉽지 않듯이 새 반려묘와 기존 반려묘가 친해질 수 있도록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반려묘에게도 가장 좋은 친구는 보호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필, 고양이가 뭐람!>을 출간한 조영광 수의사는 “고양이도 충분한 외로움과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보호자와의 교감이 가장 좋은 치유약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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