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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왜 화장품을 만들어 쓰냐고요? 엄마가 만든 집밥 같은 거죠!

‘피부가 좋아지려면 냉장고를 열어보라’는 두 여자가 있다. 녹차와 장미꽃으로 스킨과 크림을 만들고 캐모마일차로 에센스오일와 로션을, 홍삼으로는 크림을 만든다. 매일 아침 세안을 위해 쓰는 비누도 루이보스와 올리브로 만들었다.

10여년 전 유행하던 광고카피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를 그대로 실천하며 최근 <피부의 마법>이라는 책까지 출간한 서지희씨(46)와 정선혜씨(45)의 이야기다.

천연화장품에 대한 연구 끝에 최근 책까지 펴낸 ‘워킹맘들’. 서지희씨(왼쪽)와 정선혜씨

한 방송사의 본부장으로, 한 대학교의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워킹맘’인 이들은 왜 이처럼 천연화장품에 빠져든 것일까. “인공 화합물을 쓰지 않고, 시중에서 쉽게 구하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재료들로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는 이들을 만나봤다.

- ‘엄청’ 친해 보인다.

서:선혜 남편이 연구원인데 방송사 후배예요. 제 소개로 둘이 만났는데 둘의 데이트에 제가 항상 껴서 놀았어요. 깍두기였죠.

정:그렇게 알게 된 지 십수년이 됐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애들 다 씻겨놓고 만나 서너시간씩 수다를 떠는 가장 친한 친구예요.

- 천연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서:취미생활로 해왔는데 선혜도 이 분야에 원래 관심이 많았더라고요. 사실 저도 남들처럼 시중 화장품을 썼는데, 화장독이 심했어요. 그래서 천연화장품을 써봤는데, 판매하는 천연화장품들 역시 피부에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죠.

정:아들의 아토피를 없애 보려고 시작했어요. 부족한 수분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보습에 신경을 썼죠. 지금은 천연화장품 덕을 톡톡히 봤다고 생각해요.

- 천연화장품이란?

서:보존제가 들어 있지 않은, 천연소재만을 사용한 화장품이에요. 이를 테면 ‘엄마가 만든 집밥’이죠.

- 아무래도 화학보존제가 없으면 보관이 힘들텐데….

정:김치처럼 발표시켜 먹는 제품 있잖아요. 마늘장아찌, 간고등어 처럼…. 천연소재의 특성을 살리며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물론 화학보존제만큼은 아니겠지만 길면 6개월까지도 사용할 수 있어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서지희씨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뒤 현재 한 방송사에서 온라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 천연화장품이 좋은 이유는?

정:‘빼서 좋은 것’이에요. 많은 화장품들이 무슨무슨 추출물을 넣었다고 광고합니다. 하지만 천연화장품은 최대한 빼려고 노력해요. 대부분이 10가지 이상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요.

- 효과는?

서:예전보다 피부가 진짜 좋아졌어요. 자생력이 살아났다고 할까요. 쉽게 건조해지지 않죠. 뻑뻑한 느낌이 확실히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돼요.

정:자연생태계가 살아나듯이 피부에도 생태계가 있어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유수분 밸런스라고 하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작용인데, 면역체계와도 관계가 있어요. 바로 이 피부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천연화장품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화학화장품은 계면활성제 등이 피부 생태계를 흐트러뜨리거든요. 천연화장품은 이 피부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안전성은?

서: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연구소에 의뢰해 화장품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인증을 받았어요. 많은 분들이 물어오죠. 안전하냐고.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먹어도 되는 건데 뭐가 걱정?”이라고요. 정말 먹어도 되냐고 물으면 “이미 먹고 있어. 물론 먹기엔 너무 비싸고 맛도 없지만…”이라고 대답해요.

- 비용뿐 아니라 시간투자도 상당했을 것 같다.

서: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수백만원을 들여 검증도 받았죠.

정:표면적으로만 좋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직업으로서 내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데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문적인 공부를 하게 됐고 파고들었죠. 피부과 관련 의학서와 논문을 수십 편 다운받아 보고 구하기 힘든 것은 국회도서관까지 가서 찾아봤어요.

- 아무래도 가격이 비쌀 것 같다.

서:싸지는 않아요. 재료의 보존기한이 짧은 것도 있고 또 실제로 만들어 쓰다 보면 사서 쓰는 것만큼 돈이 들어요. 그런데도 재료를 믿고 쓸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거죠.

정:맞아요. ‘덕후’들의 것, 마니아를 위한 화장품이죠. 싸게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점점 더 욕심이 생기면서 비싼 제품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 가족들 반응은?

서:처음에는 싫어했죠. 과학 실험도구까지 막 사니까…. 남편이 ‘다행히’ 취미생활을 이해해 줘 가능했죠.

정: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로 만들다 보니까 남편뿐 아니라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요. 함께 만들면서 호기심을 갖게 되거든요. 겨울에 쓰는 립밤은 이제 아이들끼리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미스코리아 출신인 정선혜씨는 패션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뷰티 관련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책을 냈다.

서:어느날 남편들과 같이 있는데 “지금까지 한 연구를 책으로 엮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서로 정리해 왔던 것을 엮게 됐는데, 출판사에서 사진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표지사진을 찍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 일이 너무 커졌다!’(웃음)

정: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엮으면 된다 하셨는데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지금은 예상보다 꽤 전문적인 책이 돼 버렸어요.

서:피부과 전문의와 한의사 분들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확실한 정보를 전달키 위해서였어요. 실제로 써보고 좋았던, 저희 둘만의 레서피를 설명했는데 의사분들도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니라고 하셨어요. 뿌듯했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싶던 이야기들이에요.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다죠. 그 길어진 수다를 글로 옮긴 것이에요. 가식없이, 쉽고 간단하게…. 후루룩 뚝딱.

- 앞으로 관련 사업을 할 계획은 없나.

정:많은 분들이 물어와요. 사업하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니아로서, 또 너무 재미있어서 만들고 있어요. 지금도 뭐 한 달에 한 10분 정도는 사가고 있긴 해요.(웃음)

- ‘누구나 쉽게’라고 했는데, 이제 시작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서:사실 냉장고만 열면 많은 재료가 있어요. 사계절에 맞게 쉽게 구할 수 있는 티를 기본으로 하면 더 쉬워요. 캐모마일차나 루이보스차, 녹차 같은 것들요. 물도 1000원짜리 정제수를 사용하면 됩니다.

정:다섯 가지 정도의 베이스만 있으면 로션과 립밤, 크림 등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요.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냉장고를 채울 필요는 없어요. 있는 것들로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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