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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묻고, 남진 답하다④] “표절 족집게, 심의 기구 필요”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전통가요(트로트)의 활성화를 위해 가수 남진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트로트 전문 방송 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서 트로트 가수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앞서 가수 남진은 “우리나라의 뿌리가요인 일명 트로트가요의 활성화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아베총리 등이 나서 전통음악 엔카 부흥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남진 등 트로트 가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정 의장과의 만남을 추진한 것이다. 아래는 정 의장과 남진이 트로트 활성화를 위해 나눈 대화다. 기사는 [국회의장 묻고, 남진 답하다]①부터 ④까지 이어진다.

■ “표절 족집게, 심의 기구 필요”

- 그렇다면 트로트의 전성기 때 함께한 장르는 없었습니까

“60년대 이후 독재 움직임에 대해 학생운동의 대변인으로 자처하는 청바지 세대의 통 키타 음악 즉 포크음악 입니다. 윤형주·송창식·조영남·김세환 등의 남자가수와 양희은·남궁옥분·김세화 이 그 시대를 반영한 가사의 음악을 통 키타와 함께 노래한 속칭 7080음악 입니다. 이들과 공생하며 대중가요를 이끌었죠. 역으로 지금도 트로트와 다른 장르의 음악이 공생해야 대중 음악, 나아가 대중 가요 전반이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 과거 전통가요 가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기억합니다. 스타성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가수들이 있었나요

“남자가수로 남인수·현인·최희준·남진·나훈아·조용필 등과 여자가수로 이난영·백설희·이미자·패티킴·김세레나·정훈희 등이 트로트 가요를 대변할 수 있는 가수들입니다.”

- 다양한 가수들이 불렀던 다양한 트로트 가요가, 요즘 들어서는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입니다.

“과거의 공연윤리위원회 같은 기능의 민간기구가 다시 부활해야 합니다. 물론 탄압을 위해 존재했던 지난날의 공연윤리위원회가 아니라, 트로트 가요들을 현실성 있게 심의할 수 있는 심의기구가 필요합니다. 조심스러운 얘기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트로트 가요가 표절이 의심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 노래 저 트로트가 비슷하게 들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표절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그 문제를 찾아내 고소를 해야만 법적·금전적 제재가 이뤄지는 현실을 고쳐야 합니다. 문제가 불거지면 작품 표절자가 원작품자에게 몇 푼 쥐어주면 눈감아주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행태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것은 대중들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강조한 것은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처럼, 바꾸기 위해서는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트로트의 먼 장래를 보고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작품이 넘쳐나야 트로트 시장도 옛 인기를 찾고 활성화 될 것 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방송 관계자들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그런 노력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방송이기 때문입니다.”

- 어려운 트로트 가요와 가수들의 현실을 잘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트로트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에필로그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가수 윤심덕이 1926년 취입한 ‘사의 찬미’의 첫구절로 한반도를 들어다 놓은 원조 트로트 곡이다. 이를 전통 가요라고 부르지만, 혹자 트로트라 불려야 제맛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노래를 부른 윤심덕은 레코드 녹음을 일본서 돌아오던 중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이 역시 윤심덕의 이름이 붙으면 그곳은 대한해협이 아니라 현해탄이어야 제격이다.트로트는 그렇게 출발부터 한스럽고 애절했다. 트로트는 그렇게 한국인의 삶 속에 90년을 달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길은 ‘광막한 광야’와 다를 바 없고, 쉼 또한 허용치 않는 ‘달리는 인생’이었다. 고단함이 뚝뚝 떨어지는….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이를 보다 못해 트로트계 대선배 중 한 명인 남진이 나섰다. 그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트로트의 현실에 대한 격정 토로를 이어갔다. 남진이라고 정 의장과의 첫 만남을 통해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트로트 가수의 현실은 배고픔이 극에 달했고, 트로트 가요의 현실은 배앓이에 쓰러질 지경이다. 다행히 형식적일지 모른다는 두 ‘어른’의 만남은 트로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장이 됐고, 트로트에 대한 지원에 뜻을 맞춘 단초가 됐다.

“우리 인생은 나날이 변했다~”

트로트계 역시 자기 반성의 뼈를 깎는 과정이 필요한 시간이다. 세상을 변했는 데, 노래도 가수도 ‘온고이지신’이 아닌 ‘온고이고집’이라면 답을 뻔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묻고 가수 남진이 답한, ‘트로트 활성화’를 위한 대화가 어두운 터널에 갇힌 트로트계의 현실에 작은 빛을 드러웠다.

전통가요(트로트)의 활성화를 위해 가수 남진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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