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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우리를 바라봐 주세요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 위치한 ‘하늘땅 공부방’은 2000년 4월 7일 성내면농민회 사무실을 빌려 처음 문을 열었다. 면 단위의 시골인 이곳 성내면에는 방과후에 아이들이 갈 곳이 없었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갈 곳도 놀 곳도 없이 방치된 아이들이 함께 모여 지낼 공간이 필요했다. 여성농민들은 아이들을 공동으로 돌보는 방법을 고민했고, 농민회 사무실의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하늘땅 공부방’을 마련했다.

이후 컨테이너 박스에서 군청 소유의 낡은 건물을 빌려 이사하던 날, 아이들은 한없이 행복해했다.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부모들은 여름이면 새벽 5시에 농사를 하러 가고, 겨울이면 비닐하우스에서 종일 일한다. 하늘땅공부방이 9시에 문을 여는데도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미리 와서 좁은 마당을 서성이거나 문틈을 기웃거리며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방과후에는 곧바로 하늘땅으로 와서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한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애지중지하며 도우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하늘땅지역아동센터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정서적·신체적으로 안정되게 자라는 모습들이 뿌듯하고도 고마웠다.

그렇게 지내다 지난해 군청 건물안전진단에서 D등급이 나왔고 당장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부모들은 망연자실하고 아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건물 노후화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이 중요해진 상황이지만 작은 마을이라 마땅히 이사할 공간도 없고,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돼 체계적으로 지역의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오던 하늘땅지역아동센터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부모들의 생존과 연결되기에 하늘땅을 지키려고 장터를 열고 모임을 수시로 열면서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 주는 공적 통로가 없기에 부모들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결국 자체적으로 하늘땅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지역 어른들을 만나 아이들의 공간을 마련해 주자며 도움을 요청해 지역주민이 땅을 기부해 주셨고, 많은 어른들이 함께 뜻을 모아주시며 포클레인 작업이나 벽돌쌓기 등 건축에 필요한 재능기부도 약속해 주셨다.

여기까지 만으로도 순간순간이 기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하늘땅의 아이들 울타리 만들기 사업은 지역사회의 모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시지역과 달리 열악한 농촌지역의 보육과 교육 현실을 고려한다면 꼭 필요한 공간이 하늘땅지역아동센터다. 17년 동안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돼 준 하늘땅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지금도 29명의 아이들이 꿈을 키우며 자라고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울컥한다. 하늘땅 부모들의 마음이 이 사회의 따뜻한 마음과 연결되면 좋겠다. 저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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