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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등학교 교사 이보람 “교사는 모범생? 편견 깨고파 머슬마니아 출전”

‘초등학교 교사=모범생’ 편견 깨고 싶어
남편이 ‘새로운 세계 경험해봐라’ 권유해 용기냈죠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은 걸 즐기며 살래요

이보람씨가 남편과 찍은 보디 프로필 사진. 두 사람은 보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함께 운동과 식단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보람씨 제공.

국내 최대 피트니스 축제 ‘머슬마니아 세계대회 선발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월 22일부터 23일까지 양일간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2017 머슬마니아X 맥스큐 피트니스 세계대회 선발전> 하반기 대회가 열린다. 피트니스 강사 등 전문가들이 주로 참가했던 이 대회는 해를 거듭할 수록 건강한 삶에 관심있는 일반인 참가자들이 늘어나면서 전국민이 즐기는 피트니스 대회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는 오는 1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의 한국대표 선발전을 겸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몸짱남녀’ 자리에 도전하는 출전자들 가운데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 일상을 쪼개 대회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직딩’ 출전자들을 미리 만나봤다. 머슬마니아 뉴 페이스릴레이 인터뷰 그 세번째 주자는 초등학교 교사 이보람씨(28)다.

‘머슬마니아’ 출전 전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최근 안성시에서 주최하는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생애 첫 대회 출전에서 비키니 1위, 스포츠 모델 그랑프리를 차지하고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고. 이보람씨 제공,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금과 달리 몸이 많이 약했다. 내 체력에 비해 과중한 업무를 하다보니 신장이 안좋아져서 대학병원에 입원까지 하게됐다. 그래서 체력를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에 웨이트를 시작했다. 사실 웨이트는 여성들이 즐기기에는 첫 진입장벽에 높다. 기구 다루기를 숙지해야하고 자주 접해야 하는데, 동기가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줘서 시작할 수 있었다.

-남편의 ‘전폭적 지지’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소개팅으로 남편을 만났는데, 애프터 데이트로 등산을 했다. 그만큼 둘 다 운동을 좋아한다. 함께 서핑하고 클라이밍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다녔다. 취미가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다보니 결혼도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결혼 후 더 다양한 스포츠를 함께 즐기기 위해 같이 수영도 배우고 웨이트도 배웠다. 남편이 아니었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머슬마니아 대회 출전의 가장 큰 서포터도 바로 남편이다.

-머슬마니아 대회 출전 계기는?

연애시절 남편과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거기에 ‘커플 보디프로필 찍기’가 있었다. 그렇게 목표가 딱 생기니 실제로 해 내게 됐다. 다이어트 식단도 혼자 하면 마음이 약해지는데 둘이 같이 하니까 서로 돕고 또 힘들 때 의지가 되면서 더 잘됐던 것 같다. 사실 대회에 출전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보디 프로필 사진을 찍고 보니 남편도 나도 욕심이 나더라. ‘20대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보자’ 했다.

이보람씨가 남편과 찍은 보디 프로필 사진. 두 사람은 보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함께 운동과 식단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보람씨 제공.

-직업이 교사인데, 대회 출전에 학교나 학부형들의 편견이 있지 않나.

교사라는 직업이 사람들 눈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도덕적 잣대도 엄격하다. 그래서 여러가지를 도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모범생 같은 삶을 살았다. 집안도 보수적이어서 그 흔한 친구들과의 여행도 못가봤다. 그렇게 살다보니 통통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왔다. 근데 나 역시 보수적인 집단의 일부가 아닌가. 사실 용기 내는게 쉽지 않았다.

고민도 많이 했다. 보통 직장인과 달리 교사 집단이 워낙 폐쇄적이다. 같은 분야 외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다른 분야로 소통하는 것에 갈증이 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한다는 것에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담임이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지교과외에도 체육, 미술, 음악 등 예체능을 다 가르쳐야 한다. 내가 예체능에 관심이 많은데, 그게 아이들을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이들 보기에 ‘선생님은 항상 꾸준히 노력을 하는 사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보여지면 좋겠다.

함께 운동하는 ‘아이엠 비너스’ 팀 멤버들. 맨 왼쪽이 이보람씨다.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이 혹시 알고 있나?

2학년 담임이라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얘기해도 잘 모를거다. 만일 6학년이었다면 대회 출전에 좀 더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요즘은 2차 성징도 빠르고 성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우리반 학생들은 아직 어리니까…그것도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학교에 급식 차가 온다. 아이들 급식 지도를 하면서 나눠주는데 나는 그걸 못먹는거다. 냄새를 맡으면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애들은 또 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또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하는데, ‘내가 이걸 먹느냐 마느냐’ 이 싸움이 결코 쉽지가 않다.

나는 살면서 식이조절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또 나는 남편과 거의 같은 양을 먹을 정도로 정말 많이 먹는다. ‘차라리 많이 먹고 운동 강도를 늘리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을 정도다. 그래도 이번 대회 준비하면서 무염 닭가슴살만 먹으면서 철저하게 식단 조절을 했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는 활동적인 부부. 심지어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남편과 대한적십자사 제빵 봉사활동 중 한 컷 찍었다.(왼쪽) 이보람씨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고, 서핑,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도전을 즐기는 스포츠 매니아다. 이보람씨 제공.



-하고 싶은 말은?

앞서 말했듯 내가 대회에 출전하게 된건 모두 남편 덕이다. 여러가지 생각들 때문에 출전을 고민하는 내게 ‘인생은 하나하나 도전하고 이루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면서 용기를 북돋워줬다. 사실 대중에게 노출되다보니 남편이 가장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도 있는데, 남편은 ‘너가 새로운 세계에 대해 더 알았으면 좋겠다’ ‘무대에 섰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지금 도전해보면 어떻겠니’ ‘남의 시선이 뭐가 그렇게 고민되냐, 그런 시선 때문에 기회를 포기하는게 아깝다’고 먼저 제의했다. 용기가 나더라. 내가 결혼은 정말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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