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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이슈]‘뉴스룸’ 서해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미스터리하게 (사망한)음악인 있으면 그런 얘기(루머)가 나오니까 절 의심하는 거죠. 저도 죽으면 미스터리하게 되겠네요.(웃음)”

가수 고 김광석 아내 서해순 씨가 영화 <김광석> 개봉 약 한 달 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룸>에서 자신의 억울한 마음과 의혹 해명에 나섰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해순 씨, 사진 ‘뉴스룸’ 캡처

그가 정면돌파를 택하기까지 여러 의혹이 쉴 새 없이 터졌다. 특히 고인의 외동딸이자 저작권을 상속받은 서연 양이 외국에서 잘 있다는 서 씨의 말과 달리 2007년 병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전국에 충격을 안겼다. 서 씨는 자살로 처리된 고인의 타살 의혹을 받는 것도 모자라 딸의 죽음에 대해서도 의심을 받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방송 전부터 <뉴스룸>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검찰이 서연 양 사망사건 재조사를 결정한 상황에서 서 씨가 어떤 얘기를 할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서 씨 역시 이번 방송이 그의 공식 입장이 될 거란 걸 모르지 않았을 것. 억울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에 방송만큼 최적화된 플랫폼이 없을 터였다.

그러나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만만치 않았다. 중언부언하는 서 씨의 대답을 정리하면서도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다. 변호인과 얘기를 나눴다는 말을 계속하는 서 씨도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기습적으로 허를 찌를 땐 당황하는 기색도 보였다. 특히 김광석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서로 다른 종류의 두 개피 담배를 입에 올렸을 때다.

<방송 내용 중 일부 발췌>

“김광석 씨 타계하기 직전에 술을 나눈 자리에는 두 분만 계셨다. 그 거실엔 담배가 두 가지가 있었다. 종류가 두 가지다.”(손석희)

“저는 안 폈습니다. 누가 오셨었나, 새벽에?”(서해순)

“그 사이에 누가 왔다는 건가요?”(손석희)

“저는 자고 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담배를 안 피니까. 김광석 씨는 거기가 문을 열면 바로 홍대 앞 내려가는 길이라 저는 잘 모르겠어요.”(서해순)

“그러면 누가 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말씀인가요?”(손석희)

“글쎄요. 지금 갑자기 담배 두 개 얘기를 하시니까 그렇게 얘기 나온 건데, 그랬으면 소리가 났겠죠. 새벽 3시에 누가 올 사람이 있었겠습니까.”(서해순)

이런 류의 대화가 이어지자 여론은 더욱 술렁이기 시작됐다. 방송이 끝난 후 누리꾼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서 씨의 말들을 조목조목 되짚었다. 또한 서 씨의 부자연스러운 몸짓이나 화법도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부자연스럽다. 눈 깜빡임, 목소리 떨림, 횡설수설 인터뷰 보니 확신이 든다. 살인사건 재조사 확실히 하자”(wind****)라 말했고, “솔직히 10년이 지났어도 모성애가 있으면 저렇게 말 못할 듯.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2020****), “죽은 딸 얘기하는데도 남 얘기하듯 싱글벙글하더라”(ysh1****) “사실상 자폭”(yell****) 등의 반응도 뒤따랐다.

<김광석>을 만든 이상호 기자의 생각도 대중과 다르지 않았다.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해순 씨의 <뉴스룸> 주장과 관련한 입장을 궁금해 하시는데요. 탐사기자로서 20년간 정제한 팩트에 입각해 구성한 영화 <김광석>을 보신 분들 이라면 충분히 옥석을 가려내실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추가적 입장은 고발뉴스를 통한 속보나 경찰 조사를 통해 소상히 밝혀드리겠습니다”고 밝혔다. 서 씨의 기사 댓글처럼 이 기자의 글 아래에도 “부자연스러운 인터뷰가 분명했다” “딸의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자기 딸이 장애우라고 말하며, 기승전‘돈’이더라. 정말 이상했다” “서해순 씨가 JTBC 출연해서 영화 홍보대사 역을 결과적으로 한 것” 등의 글들이 달렸다.

여론만 봐도 서 씨의 이번 <뉴스룸> 출연은 본인에겐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결정이었다.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려 카메라 앞에 섰지만, 시청자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정면돌파가 그의 결백보다는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서 씨는 꿋꿋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이 고 김서연 양 사망 재조사를 결정, 해당 사건을 형사 6부(박지영 부장검사)에 배당한 이후 서 씨가 법정 대응을 시사했다. 서 씨가 변호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강용석 변호사 측이 이를 고사하면서 약간의 제동이 걸렸지만, 이미 공식석상에 나타난 이상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대중에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전망은 밝지 않다. 일단 의혹의 시선을 씻어내고자 했던 <뉴스룸> 출연으로 사건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 없었던 대중까지 자극하는 결과를 빚었다. 오히려 해명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또한 앞으로도 “경황없었다”는 말로 일관한다면 대중은 쉽게 그를 믿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전을 꾀한다면 조금 더 명확하고 논리적인 해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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