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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나문희처럼 따뜻한 선배 되고파”

“나문희 선배께 전 한참 어리고 경력도 미천해 보일텐데 첫 만남부터 해맑게 웃으면서 맞이해 주더라고요. 저도 그런 따뜻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이제훈은 대선배 나문희와 연기가 끝난 뒤에도 감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서 만난 나문희는 그의 출연 이유였으며 얻어간 수확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원칙주의 공무원 ‘민재’와 민원 제기에 능숙한 도깨비 할머니 ‘옥분’으로 분했다.

배우 이제훈,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나문희 아닌 ‘옥분’은 상상할 수조차 없어”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다가 ‘아, 옥분 역은 나문희 선배가 꼭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제작진에 누가 캐스팅 됐느냐고 했더니 그들도 나문희 선배를 캐스팅 1번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선배 출연이 확정 됐을 땐 너무너무 좋았어요.”

나문희와 워낙 연차가 차이나는 터라 다가가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지만 막상 촬영장에서 만나보니 푸근한 친할머니 같았다고.

“촬영장에서도 늘 칭찬을 많이 해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어질 정도였죠. 그래서 나문희 선배 옆에 계속 있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희 할머니 같아서요.”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굉장히 뭉클해 보였다고 하니 벅찬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영화가 끝나고 제일 먼저 나문희 선배를 바라봤어요. 안아드리고 싶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싶을 만큼 수고했으니까요. 서로 ‘이 영화 안 찍었으면 어떡할 뻔 했느냐’며 칭찬해줬죠.”

나문희 만큼이나 그의 신인 시절 고마운 선배가 또 하나 있다. 영화 <고지전>을 같이 찍은 신하균이다.

“그땐 제가 신인이었는데도 신하균 선배가 진짜 잘 챙겨주더라고요. 조언도 많이 해주고요. 까마득한 대선배인데 가까운 동네 형처럼 얘기하고 챙겨줘서 힘을 많이 받았죠. 전쟁 영화라 구르고 다치는 일들이 많았는데 신하균 선배가 굉장히 여유롭게 ‘힘들지만 어쩌겠어. 잘해보자’며 웃어주더라고요.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이젠 그도 어엿한 11년차 배우다. 밑으로 줄줄이 들어온 후배들을 보며 마음을 다시금 다잡는다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앞으로 연차가 더 쌓이면 선배보다 후배와 연기할 기회가 많을 거예요. 그 땐 다른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후배들이 연기가 풀리지 않거나 촬영 중 돌발상황 때문에 당황스러워 할 때 안심시켜줄 수 있는 그런 선배요. 저도 그걸 보고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후배보다 선배가 더 편해요. 하하하.”

■“또 항일 메시지? 불이익 걱정 안 해”

<아이 캔 스피크>는 일제강점기 아래 피해를 입은 위안부 ‘옥분’의 상처를 다룬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화로 <박열>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다.

그는 일본 활동에 제약이 우려되지 않냐는 질문에 소신을 표현했다.

“불이익을 떠나 일단 일본 젊은 세대가 위안부 피해자를 어떻게 인식할 지가 의문이었요.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따뜻하게 얘기하니 여러 젊은 사람들이 가슴으로 우러나오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전 그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그 역시 이 영화를 찍기 전엔 문제를 의식만 했지, 직접 행동하진 못했노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부끄러웠어요. 이제 위안부 피해자가 서른다섯 분 생존해 계신데, 가해자인 일본 측에서 돈이나 보상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로 이들을 위로해줬으면 합니다.”

<박열>에 이어 또 항일 메시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번에도 스토리에 감동 받아서 참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또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의 전작 <쎄시봉>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을 봤을 때 메시지를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겠다는 믿음이 생겼죠. 만약 앞으로도 이런 메시지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추석 연휴 극장가를 찾을 관객들에게도 한마디 전했다.

“지금 같은 시기엔 문화를 창조해내는 영화 콘텐츠가 필요한 것 같아요. 주위의 사람들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론 <아이 캔 스피크>가 탁월하지 않을까 싶네요.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에 와서 웃고 즐기며 따뜻한 마음으로 나간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로 인해 한국 영화가 더 잘 되고 끊임없이 뭔가가 시도되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훈이 나문희와 의기투합한 <아이 캔 스피크>는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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