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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일의 다욧일기] 운동 크루를 결성했다 ‘난 외로운 다이어터가 아니야’

음악하는 사람 사이에선 크루 문화가 잘 발달해있다. 전설의 ‘쎄시봉’도 있고, 요즘엔 힙합 크루나 댄스 크루가 ‘힙’하다. 누군가를 필두로 모여 활발히 활동하다 사라지고, 또 다른 크루를 형성하기도 한다.

가만보니 운동하는 사람들 역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크루를 형성해 평소 함께 운동하고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는 등 정보를 주고 받는 문화가 있었다. 이들은 함께 프로필 단체 사진을 찍거나 피트니스 센터에서 서로의 운동 동영상을 찍어주고, 수상 레저 등을 함께하는 모습을 SNS에 자랑하곤 한다.

어릴 적 방과후나 퇴근 후 아지트에 모여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피로를 풀고 정보를 주고 받던 추억…,그러고보니 우리집도 한 때는 친구들의 아지트였는데, 하나 둘 결혼해 떠나고 나니 여럿이 무언갈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한동안 잊고 있던 것 같다.

혼자 운동하는 것이 힘들다면 운동 크루를 결성하는 것이 좋다.

‘좋아, 나도 경향 크루를 결성해보자’ 나는 최근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 모 후배에게 함께 운동할 것을 제안했다. “너는 지금 전 여친을 잊어야해. 전 여친 SNS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고기반찬을 좋아하는 저질 몸매의 이 모 후배는 의외로 흔쾌히 “진짜 좋아요”라며 수락했다.

일단 우리 크루 멤버는 내 다이어트 멘토인 머슬마니아 그랑프리 출신 신다원과 나, 그리고 이 모 후배다. 각각의 집이 남양주, 송파구, 노원구인 관계로 피트니스 센터는 중간지점인 왕십리 파크짐으로 정했다. 지하철과 연결돼 있고, 시설도 깔끔하고, SNS용 사진을 찍기 위한 조명역시 좋았다. 우리는 퇴근길 일주일에 3회(를 목표로) 모이기로 약속했다. 난 분명히 각자의 스케줄 때문에 일주일에 3번은 무리라고 주장했지만 이 모 후배는 “선배, 일주일에 두 번 갖고 다이어트가 되겠냐”며 3번을 주장했다.

드디어 크루가 결성되고 첫 운동날. 그런데 이 모 후배는 1년만에 연락이 온 친구를 꼭 만나야 할 것 같다며 운동 약속을 캔슬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나도 많이 캔슬해봐서 안다’ 피곤한 하루 일과의 끝에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또 무거운 덤벨을 들러 가기란 쉽지 않다. 당일 생기는 회식, 갑자기 연락 온 친구, 남자친구의 데이트 신청…. 이 모든것의 유혹도 벗어나야 몸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왕따가 되야 하는거다.

크루 결성 첫 날이었지만 ‘혼자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 충분했다. 남은 일을 처리하고 달려가느라 저녁도 못 먹은 탓에 기분이 저 바닥에 쳐박혀 있던 나는 다원이가 준비한 두 개의 단백질 파우더와 두 개의 BCAA(근손실 보충제)를 보고 큰 위로를 얻었다. 다원이는 내게 “언니를 만나니 힐링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팀이 됐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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