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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일 “‘남한산성’ 인조 役, 배우로선 도전이었다”

배우 박해일이란 이름 석 자를 떠올리면 늘상 갖는 이미지가 있다. 흰 피부에 곱상한 얼굴,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이다. 때론 그를 순수하게 포장하기도 하고, 때론 속물적인 캐릭터로 변신하게 하는 그만의 무기다.

그런 그가 이번엔 병자호란 속 인조로 변신을 꾀했다.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다. 전란 속 허수아비 왕은 강렬한 개성이 없는 터라 배우로서 선호하는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그는 용감하게도 도전했다. 그 이유는 바로 도전과 변화를 꾀하기 위함이었다.

영화 <남한산성>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이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 번의 출연 제안 고사, 다시 한 이유는….”

<남한산성>은 그가 한 번 밀어낸 작품이다. 바쁜 일정 속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를 움직인 건 ‘황동혁 표 정통 사극’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황동혁 감독이 정통 사극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전작 <도가니>나 <수상한 그녀>와 비교해보니 정말 거침 없는 행보였죠.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완성도마저 뛰어나더라고요. 이대로만 찍어준다면 만족할 만한 영화가 나오겠다 싶었죠. 완성본으로 봤을 때에도 만족했고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역사를 빗겨나가지 않고 제대로 다루는 정통 사극이라는 점도 구미가 당겼어요. 김윤석, 이병헌 등도 출연이 결정됐다고 하고요. 인조 역이 남자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제대로만 해낸다면 반대로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출연하기로 했어요.”

영화 <남한산성>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이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실제 연기에 임할 땐 여러 조건이 걸렸다. 이병헌, 김윤석을 상대로 팽팽한 삼각구도를 이뤄야 하면서도 우유부단한 인조의 캐릭터를 지켜내야 했다는 점이다.

“극 중 ‘김상헌’(김윤석)과 ‘최명길’(이병헌) 사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조는 사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는 시선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선택을 하느냐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 인조에게 있거든요. 그러면서도 마지막 장면의 거대한 감정까지 끌어올리는 구실도 하고요. 제겐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번 영화는 그에게 ‘변화와 도전’을 의미한다고.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 ‘박해일이 인조 역을?’이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죠. 그동안 걸어온 배우로서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인조를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가끔 매너리즘에 빠질 때 ‘내가 안주하고 있지 않나, 반보라도 나아가야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하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연장선상에서 촬영한 거에요.”

영화 <남한산성>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이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매너리즘 극복? 배우는 끝까지 철들지 말아야”

데뷔 18년차다. 매너리즘이 롤러코스터 타 듯 무수히 왔을 법한 연차이기도 하다.

“어떤 배우가 매너리즘을 겪지 않겠어요? 누구나 자기 분야를 일구다가 순간 턱 막힐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자기 방식대로 매너리즘을 걷어낼 수 있어야 해요.”

박해일의 방법은 ‘비워내기’다.

“숨이 막히는 일이 생기면 그것에 거리를 두고 멀어지려 해요. 시간을 두고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거죠. 예전 이병헌이 ‘철들지 마라’는 말을 했다던데, 저도 굉장히 동의해요.”

그렇다면 박해일이 생각하는 배우의 덕목은 무엇일까.

“처음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을 때 한 선배가 제게 ‘너 연극 왜 하러 왔어?’라고 물었어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대충 얼버무리면서 더듬었더니 딱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임마, 인간이 되기 위해 연극을 하는 거야’라고요. 그 말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요. 그게 아마 배우의 덕목이겠죠?”

마지막으로 그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예상외로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산책이요. 생각보다 별 거 없죠? 제가 소소하거든요. 색깔있게 내놓을 수 있는 별다른 취미가 없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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