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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 하메들 없는 첫 금요일, 달라진 ‘청춘시대3’를 바라는 이유

꿀 같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벨 에포크의 하메(하우스메이트)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늘 밤 아무리 채널을 돌려 봐도 <청춘시대2>는 방영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 종영했으니까.

지난해 드라마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올 여름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청춘시대>는 ‘본편 만한 후속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시즌에는 첫 시즌 최고 시청률 2.5%를 훌쩍 넘는 4.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는 첫 시즌의 팬들 뿐만 아니라 <청춘시대2>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벌써부터 세 번째 시즌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막 극이 종영돼 제작진 및 출연진들이 다음 시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팬들은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새 시즌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청춘시대2’의 하메들, 사진 JTBC

하지만 <청춘시대2>가 모두의 입맛을 맞은 것이 아니었듯, 세 번째 <청춘시대>가 보여줄 이야기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첫 시즌으로 팬이 된 시청자들에게 <청춘시대2>의 전개는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지점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 아쉬웠던 대목을 짚어본다.

■하메들, 언제부터 남자 없이 못 살게 됐나

첫 <청춘시대>가 흥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드물게 젊은 여성들이 주체적인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꾸려나간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배우 박은빈은 지난 10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한 대학생 송지원을 “자존감도 높고 똑똑한 친구라 내 진짜 인생도 살아 숨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캐릭터”라고 평했다. 의존적 여성 캐릭터 일색인 기존 드라마판에서 하메들의 입체적인 캐릭터는 빛날 수 밖에 없었다.

‘청춘시대2’의 윤종열(신현수)과 유은재(지수), 사진 JTBC

하지만 <청춘시대2>의 하메들은 남자에 끌려다녔다. 물론 첫 시즌에서 하메들과 엮이는 남자 캐릭터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알바 인생 윤진명(한예리)의 모진 인생을 위로해준 요리사 박재완(윤박), 새내기 유은재(박혜수)의 첫사랑 윤종열(신현수) 등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하메들 인생의 일부분이었지 전부는 아니었다. <청춘시대2>의 윤진명은 망한 아이돌 아스가르드의 멤버 ‘헤임달’의 자기인식을 돕는 장치로 보인다. 유은재(지수)는 종열과의 이별 후유증으로 상식 밖 수준의 행각을 벌인다. 하메들의 행동의 원인과 결과가 자꾸 남자로 향한다. 다음 시즌의 하메들이 하메들의 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데이트폭력·아동성폭력·성소수자 이슈, 어떻게 표현됐나

<청춘시대2>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사회적 이슈가 다뤄졌다. 지난 시즌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됐던 정예은(한승연)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그려졌고, 송지원은 어릴적 목격한 아동성폭력을 기억해내는 여정을 떠난 후 이를 고발한다. 새로 들어온 조은(최아라)은 큰 키와 짧은 머리로 동성애자로 여겨진다.

‘청춘시대2’의 정예은(한승연)과 권호창(이유진), 사진 JTBC

정예은의 데이트폭력 트라우마 극복은 새 남자친구 권호창(이유진)의 등장으로 촉발된다. 검은 옷만 입고 다니며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예은은 사회성 부족한 공대남 호창의 어설픈 위로로 나쁜 기억을 이겨낸다. 매번 버스 정류장까지 예은을 바래다 주고 감금 현장에서 구해주기까지 했던 하메들의 배려와 용기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문효진의 전 동거인에게 협박당하는 하메들, 사진 JTBC

송지원은 모호한 기억을 쫓다가 자신이 아동성폭력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오해한 피해자의 전 동거인은 칼을 들고 집에 난입해 하메들을 때리고 던지고 머리채를 잡으며 자신이 사랑했던 효진을 괴롭게 만든 인간이 누구냐고 묻는다. 매우 선정적인 협박 장면이 약 20분 가량 지속돼 다수의 시청자들이 짙은 폭력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하지만 거의 죽을 뻔 했던 협박을 겪고도 지원은 그에게 다시 찾아가 효진은 어떤 사람이었냐며 그를 그저 사랑에 눈먼 순정남으로 만들었다.

새로 등장한 하메 조은(최아라), 사진 JTBC

새 하메 조은은 큰 키와 남자로 오해받는 짧은 머리, 귀엽고 작고 하늘하늘한 옷을 주로 입는 친한 친구 안예지(신세휘)와 다니는 탓에 다른 하메들에게 동성애자로 여겨진다. 독실한 크리스천 예은은 종교 때문에 ‘좀 그렇다’고 하고, 은재는 ‘차별하자는 건 아니지만’ 불편하니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이 ‘그게 차별’이라고 짚어 주지만 은재의 불편한 기색은 풀릴 줄 모르며 조은과 한 집에 있게 되자 겁을 먹고 달아나기까지 한다. 이 불편을 풀어내는 건 조은이 치마를 입고 남자친구를 사귀며 동성애자가 아님을 어필하는 과정 속에 있었다. 하메들의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닌, 동성애자로 ‘오해’받아 억울한 조은의 변신이 바람직한 전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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