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성일이 50여 년 연기 인생을 반추하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신성일 특별회고전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 신성일>에 섰다. 배우로서 가장 뜻 깊은 순간을 맞이한 그는 ‘한국 영화사’ 그 자체였다.
신성일은 1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고, 한국 영화의 현재와 자신의 계획 등 다양한 얘기를 털어놨다.
최근 암투병 소식을 전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던 그는 우선 자신의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며 입을 열었다. 신성일은 “폐암 3기가 됐다.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의사가 기적적이라고 하더라”며 “치료를 더 이상 안 해도 된다고 해 방사능 치료 7번만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고전을 개최하게 된 벅참 심정을 표현하며 “언젠가 회고전을 해야할 시기가 오겠다고는 생각했다. 그래서 3년 전 강수연, 김동호 집행위원장에 직접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가 80살이다. 1960년도에 데뷔를 했는데, 이만하다면 회고전을 하는 게 딱 맞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출연작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론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꼽았다. 그는 “그 당시 작품은 젊은 작가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 작품이 많았다. 사전 검열, 시나리오 검열을 받았기 때문에 작가로서 사회에 대한 이념을 펼쳐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며 “그럼에도 <만추>는 우리나라 순수 영화 시나리오 중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배우로서 ‘영화인’에 대한 정의도 내렸다. 그는 “영화배우는 ‘딴따라’가 아니다. 난 그 말을 가장 싫어한다”며 “1967년 해운대로 촬영하러 왔는데 어떤 사람이 ‘딴따라 들어온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순 없어서 ‘딴따라가 아니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러자 그가 사과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예전 극단에서 호객 행위를 하기 위해 나팔을 불었는데, 그들을 ‘딴따라’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영화배우들은 딴따라가 아니다. 영화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 영화의 수준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했다. 그는 “요즘 영화는 잔인하게 복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너무 살벌하다.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라며 “여자주인공 영화도 없다. 따뜻한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요즘 <행복>이란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따뜻한 영화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신성일 특별회고전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 신성일>이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가 출연한 500여 편의 작품 중 대표작 8편 <맨발의 청춘> <초우> <안개> <휴일> <내시> <별들의 고향> <장군의 수염> <길소뜸> 등을 상영한다.
신성일은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이후 50여년간 500여 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