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편파적인 씨네리뷰] ‘희생부활자’ 획기적 시도, 끝까지 살렸더라면

■편파적인 한줄평 : ‘용두사미’가 아쉽다.

영화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의 시도는 분명 획기적이었다.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란 신비로운 현상을 스크린 위에 옮겨담으며 국내 영화계 취약 장르인 SF 스릴러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짝거리는 시도에 비해 영화의 지구력은 부족했다.

영화 ‘희생부활자’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 쇼박스

<희생부활자>는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명숙’(김해숙)과 그의 아들 ‘진홍’(김래원)의 얘기를 다룬다. 촉망 받는 검사 진홍이 국정원,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방해 속에서도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91분간 이어진다.

이 작품은 곽경택 감독의 신작으로 김해숙, 김래원이 호흡을 맞춰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김해숙이 ‘국민 엄마’의 푸근한 이미지를 벗고 스릴러 연기에 도전해 그 기대감은 더욱 컸다. 또한 곽경택 감독이 SF 스릴러에 도전한다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극 초반 전개는 높은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 신선하게 진행된다. 복수를 위해 갑자기 돌아온 명숙의 비밀과 명숙을 죽인 진범이 누군지, 또 거대 수사기관이 왜 명숙의 사망 사건에 개입하려하는지 등 여러 개의 미스테리 ‘떡밥’을 던지며 굉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빠른 속도감도 몰입도를 높인다. 명숙의 사망과 부활이 바로 이어지며 스릴러로서 긴장감을 키운다.

김해숙의 명연기도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마치 희생부활자가 실재하는 것처럼 그 특징을 제대로 파악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김래원의 품에 안겨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선 공포감을 줄 정도다.

그러나 이런 강점들은 극 중반 이후 모두 제 기능을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초점이 ‘희생부활 신드롬의 이유’에서 ‘죽음도 막지 못한 모성애’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신파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앞서 조성된 신비롭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는 사라진다. 또한 명숙의 사망에 관련한 비밀들이 전형적인 방법으로 풀리면서 김이 빠진다. 서사 구조도 탄탄했던 초반에 비해 갈수록 느슨해져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성동일의 연기력도 흐름을 깬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로 등장하지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모양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대사도 그의 입에 거치니 오히려 ‘오글’거리게 들린다.

이처럼 <희생부활자>는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한국형 SF 스릴러의 역사를 쓸 뻔 했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법이 세련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럼에도 비주류 장르에 도전한 시도만큼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마초 영화’ 일색인 국내 영화계에 의미 있는 등장이었다.

■고구마지수 2개

■수면제지수 2개

■흥행참패지수 3개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