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실패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해요”

곽경택 감독이 신작 <희생부활자>로 돌아왔다. 1997년 데뷔작 <억수탕> 이후 <친구> <극비수사> <똥개> 등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사랑받은 그가 이번엔 ‘희생부활자’란 초자연적 소재로 관객몰이에 도전했다.

곽경택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희생부활자> 제작 뒷 얘기를 털어놓으면서도, 영화 감독으로서 살아온 지난 20년을 돌아봤다. 유명 감독으로 20년간 자리를 지킨 그의 소신과 영화관이 엿보였다.

영화 ‘희생부활자’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11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곽경택 감독과 일문일답>

Q. 곽경택 감독이 <희생부활자>란 새로운 소재에 도전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동안 찍어온 영화들과 스타일이 다른 작품인데?

A. 내가 일련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실패는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실패를 무서워하면 아무 것도 못 하기 때문이다. 항상 실패할 각오를 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데, 이 작품은 내게 그런 도전의 의미가 있다. 내 데뷔 동기 감독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는 몇 명 안 된다. 내가 아직까지 영화계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적어서이기 때문인 것 같다.

Q.왜 ‘희생부활자’란 소재를 택했나?

A. 사실 이 작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걱정되었던 건 전작 <닥터K>의 실패였다. 그것 때문에 감독으로서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서 고민이 컸다. 괜히 도전한다고 했다가 이도 저도 되지 않는 게 아닌가. 쉽고 편한 걸 해야 되지 않나 싶다가도 고통스러운게 더 재밌는 것 같아서 ‘희생부활자’를 택하게 됐다.

Q.어려운 작업이었을 텐데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무엇이었나.

A.배우들의 연기였다. 특히 김해숙의 연기 하나는 제대로 족적을 남긴 것 같았다. 작품 속 ‘명숙’(김해숙)은 엄마지만 여러 면을 갖고 있다. 때론 이기적이기도 하고 한없이 희생하기도 한다. 모성애를 배제한 복수의 화신으로서만 부각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이 연기하기에 어려웠을 텐데 굉장히 잘 한 것 같다.

Q.악역으로 등장한 김민준도 인상적이었는데?

A.김민준과 인연은 오래됐다. <사랑>이란 영화를 찍을 때 김민준이 먼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해 처음 만나게 됐다. 당시 단역이라도 좋으니 개런티 상관없이 내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주연을 몇 번이나 한 그에게 작은 역을 주기 미안했는데도, 흔쾌히 해주더라. 이후 <희생부활자>를 준비하면서도 김민준이 생각났고, 작은 역이지만 출연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재밌겠다면 바로 OK를 외쳤다. 현장에서도 굉장히 유쾌한 에너지를 줘 고마웠다.

Q.20년간 유명감독으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A.어릴 적 학교다니면서 ‘새로운 건 뭔데?’라는 질문을 계속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창작자라면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숙제를 항상 안고 있지 않으냐. 그게 없으면 창작자로서 기능이 떨어지는 거다. 내가 스스로 재밌고 새로워야 관객에게도 소구되는 것 같아서, 항상 그 고민만 하는 것 같다.

Q.그렇다면 주위에서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나서면 적극 찬성하겠는가.

A.당연하다. 영화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이기 때문에 말릴 생각이 없다. 이렇게 재밌는 직업을 안 하는 사람들이 불쌍할 정도다.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한다면 적극 찬성이다.

Q.감독 지망생에게 조언해주고 싶다면?

A.폼으로 감독을 꿈꾸진 않았으면 좋겠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도 있지만,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영화감독이란 사람은 제작진의 팀워크를 다져가야 하고 배우나 스태프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도 견뎌야 한다. 그런 면에서 멋있거나 좋다는 생각 하나로 들어오면 백전백패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