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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여자와 한 남자가 한 집에서 만든 우아한 서스펜스 ‘매혹당한 사람들’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류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 새롭게 출간됐다.

한 남자를 놓고 일곱 여자가 질투와 경쟁 그리고 암투를 벌이는 ‘매혹당한 사람들’(토머스 컬리넌 지음·이진 번역·김영사)은 인간의 우아한 겉모습과 추악한 일면 그리고 그 둘을 합친 기이하고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1864년 미국 버지니아에 마사 판즈워스 여자 신학교는 남북전쟁으로 학생들이 떠나면서 학생 5명과 교사 2명 그리고 살림을 맡는 흑인 노예만 남는다. 그들 내부에 규칙과 질서를 지니고 버텨나던 이곳에 학생 어밀리아가 숲에서 총상을 입은 양키(북군) 존 맥버니 상병을 발견하면서 천천히 균열이 시작된다.

남자 하나가 금남의 집에 기거하면서 생긴 변화는 책 속에 한 구절로 잘 묘사 된다. “맥버니 상병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마치 식탁에 양키 폭탄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정숙한 숙녀들이 벌떡 일어나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숙녀들은 서로 마주 보며 키득거리고, 머리에 핀을 꽂았다 뺐다가 하면서 ‘내 상아 머리핀 어디 갔지?’ ‘우리 엄마 진주 목걸이 누가 가져갔어?’ 따위의 말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매혹을 당했고 그 감정은 서서히 수렁으로 그녀들을 빨아드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등장하는 여성캐릭터를 오가며 1인칭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들은 서로에 외모와 일상까지 세밀하고 직관적으로 이야기 한다. 특히 노예 마틸다(애칭은 매티다)가 모든 상황과 문제에 대해 정확히 보고 잔인하게 독설을 던진다. 각 캐릭터에 따른 시각 차이가 읽는 이에게 재미와 긴장을 더한다.

맥버니가 함께 머물러 마사에서 엘리스, 에밀리, 에드위나에게 ‘썸’이상의 추파를 던지면서 신학교는 한 남자를 놓고 다투는 복마전이 된다. 그 과정에서 정성스럽게 치료를 받던 맥버니의 다리는 냉정하게 ‘처리’를 당한다. 이후에도 맥버니에 대한 여자들이 애정과 관심은 이어지지만 그는 결국 분노와 복수로 반전을 만들어 나간다.

‘매혹당한 사람’은 위험하고 사악한 본질을 우아하게 가려 둔 ‘동물의 왕국’을 조용히 들이미는 듯한 이야기다.

1966년에 출간 된 이 소설은 작가 토머스 컬리넌이 47세에 발표한 첫 소설이다. 그는 소설가가 되기전 세일즈맨으로 일했고 38살에 방송작가로 전직한 후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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