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이 구설수에 오른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97)을 ‘전쟁의 영웅’으로 그린 웹툰(인터넷 만화)가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확인한 시민단체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육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5~9월 육사 홈페이지에 육사 학술정보원이 제작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제목의 웹툰 30회를 게재했다. 이 웹툰은 2014년 6월부터 육사 교내 포털사이트 ‘학습광장’과 국방일보에 연재됐다. 지난해에 육사가 일반인도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웹툰 내용은 가상의 인물이 한국전쟁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당시 백선엽 장군 활동을 집중 조명한다.
웹툰 제목은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제목과 같다. 육사는 이 동명의 회고록과 백 장군의 또 다른 회고록 <군과 나>의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웹툰은 백 장군을 한국전쟁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은 해방 후 미군정이 세운 군사영어학교 졸업 후 중위로 임관했다. 그는 한국전쟁 개전 당시 1사단장으로 활약했고, 1953년 휴전 당시 대장으로 승진했다. 백 장군은 두 차례 육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합참모부 의장(현 합참의장)을 끝으로 1960년 예편했다.
하지만 그의 ‘친일 행적’은 뺀 채 전쟁 영웅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선엽 장군은 일제강점기 때 항일인사 토벌에 나선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2년 반 동안 복무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백선엽 장군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5성 장군)로 백 장군을 추대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군 원로들의 “친일파를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로 추대해서는 안된다”는 반대에 무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육군본부는 “내용을 확인하고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언론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