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강주일의 다욧일기] 남산 2km걷기, 땀나는 생일파티

걷기의 즐거움을 깨달은 우리 두 ‘몸뚱이’는 다양한 걷기 코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청계천길에 이어 두번째 도전 코스는 바로 남산. 남산은 몸짱남녀들에게는 ‘단골 술집’ 같은 곳이다.

“남산 코스? 차 다니는 도로부터 서울타워까지 올라가는 것 맞지?”

우리는 남산에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새로 생긴 맛집·술집은 꼬박꼬박 리스트업하면서, 운동하기 좋은 코스는 우리 뇌에 전혀 입력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D-데이’는 마침 내 생일 하루 전날로 우리 운동 크루 세 사람은 남산 둘레길 7㎞ 코스 걷기로 생일파티를 갈음하기로 했다.

남산 서울타워를 오르며 바라본 서울 전경.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다이어트 멘토 신다원은 지독한 감기에 걸려 있었고, 해가 지자 갑작스레 스산해진 날씨에 운동초보인 나와 이 기자는 겁을 먹었다. 신다원은 “처음 가는 둘레길은 낮에 도전하고, 오늘은 서울타워까지 계단 오르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십수년 전 ‘썸남’과 함께 올라 자물쇠를 걸었던 서울타워… 케이블카가 아닌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2㎞ 정도 계단으로 된 등산로를 오르는데 슬슬 땀이 났다. 감기 때문에 두꺼운 파카를 두 개나 껴입은 다원이도 옷을 하나씩 벗었다. 조금씩 야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서울타워에 도착한 우리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당을 보충하고, 각자 갖고 있던 ‘서울타워’에 대한 추억을 꺼냈다. 셀 수 없이 많은 자물쇠와 셀 수 없이 많은 불빛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서울타워에 도착해 신이 난 우리 운동크루.

“내려가는 길은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며 서로에게 당부한 우리는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갔다. 운동크루와 함께 기억에 남을 만한 생일파티를 한 나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신용카드를 들고 오피스텔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그동안 비싸서 망설여왔던 피트니스 통합권, 올해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

헬스는 물론 골프, 요가, 필라테스, 줌바 댄스 등 각종 GX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지하에 있는 찜질방과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 피트니스 통합권…너무 비싸서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던 그 통합권 이었다. “1년에 2~3번 갈 텐데 뭐하러 비싼 돈을 써?” 엄마는 비웃었고, 남자친구는 격렬히 응원해 줬다. 이제부터 나는 피트니스 센터를 내 집 드나들듯 할 것이다.

그 다음은 거실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3인용 소파를 재활용 쓰레기장에 직접 끌고 가 버린 뒤 TV연결선을 빼버렸다. TV가 보고싶을 때는 무조건 헬스장 트레이밀러 위로 올라 갈 것이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TV를 시청하는 내 모습은 이제 볼 수 없겠지. 지난 9년간 포근하게 나를 지켜주던 소파야, 안녕….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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