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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고민사전] 싸운 뒤 여자는 가슴이 아프고, 남자는 머리가 아프다②

남자와 여자의 언어는 다르다. 서로의 차이를 조금만 공부하면 우리는 잘 싸우고 잘 화해하면서 동성보다 더욱 단단한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다. 여자의 언어는 남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복잡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나도 내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내 맘도 몰라주고 어떻게 나를 사랑해?’라는 유행가의 가사가 딱 내 마음이다. 여자들은 ‘나를 사랑하는 남자는 내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건 나를 사랑하는 넓이에 비례한다고 행각한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 내 마음을 상대가 몰라주면, 갑자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여자가 돼 버린 것만 같아서 속상하다.

그래서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내 여자와 잘 지내려면, 남자들은 ‘여자의 감정 언어’를 파악하고, 여자가 발음한 ‘음성 언어’도 반드시 해석을 해서 종합적인 이해를 해야 한다. 강의를 할 때 남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다들 깊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머리 아파요’ ‘너무 어려워요!’ ‘복잡해요!’….

여:아직도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남:응. 모르겠어.

여:모른 척하지 마. 내 말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 그만 하자.

남:왜 화났는지 말도 안 해 놓고, 뭘 그만해?

여:말이 안 통해. 머리 아파.

남:머리 아파? 약 줄까?

여:이래서 당신은 안 돼.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듣잖아….

남녀 사이의 갈등으로 생긴 남자의 두통은 약으로 완화되지만, 여성의 두통은 약으로 안 된다. 남자는 오늘 일어난 사건과 사실에 근거해서 말하고,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성적인 대화를 하길 원한다. 뇌의 기억센터가 그렇게 시킨다. 하지만 여자의 뇌는 사실을 처리하는 기억센터와 감정센터가 긴밀히 교류하면서, 지금 내 감정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상대로 인해 상처난 상한 감정이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말로 화해를 하더라도, 이성적으로는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상한 감정은 해소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남자들은 치고받고 크게 싸워도, 그 자리에서 화해하고 더 끈끈한 관계가 되는 경우도 많다. 참 쿨하다. 남자들은 오늘 지금 일어난 싸움이 종결되면 싸움이 다 끝난 줄 알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 일어난 사건이 사실 관계 정리에 의해서 종결됐고,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목적이 해소됐으니까, 우리는 다시 친해졌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 내 여자의 감정센터는 여전히 섭섭함 모드로 작동 중이고, 해소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내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무시해서도 아니고, 남자의 뇌가 그런 것이다.

싸운 후에 어떻게 화해를 시도하느냐는 질문에 30·40대 남성들은 ‘스킨십’을 압도적인 1위로 꼽았다. 반대로 여성들은 가장 불쾌한 화해법으로 ‘스킨십’을 꼽았다. 싸운 후에 남편이 스킨십을 하려 할 때 가장 싫다는 여자들이 많다. 남성은 스킨십이 여성에게도 만병통치약일 것으로 착각(?)해 다가가다가 상황을 악화시킨다.

대화 이전에 남녀의 차이를 공부하자.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느냐”는 여자들의 ‘겉말’은 “당신이 내 마음을 못 읽어 줘서 속상하다”는 ‘속말’을 품고 있다. “모르겠다”는 남자들의 대답이 품고 있는 속말은 없다. 여자들이 구체적으로 상한 감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남자들은 정말 모른다. 사실 너무 복합한 해석을 요구하는 여자라는 생명체와 대화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남자, 당신들의 잘못이 아닐 때도 많다.


‘문화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문화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문화치유 교육센터 ‘더공감 마음학교’와 ㈜더공감 커뮤니케이션의 대표다. 경찰대학교 외래교수로 있으며,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문화치유학교>를 연다. 저서로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이 있다. 고민상담은 skima1@hanmail.net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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