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 문득 ‘어 저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 물건이 있다.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주인공 홍주(배수지)가 화장실에서 몸 단장을 하는 동시에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다. 홍주는 춤을 추다 말고 손바닥 만한 둥근 물체를 터치 한다. 일순간 지나가는 장면이라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나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저게 뭐지?’ 하는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어느 주말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쇼핑을 하다 그 물건의 정체를 알게됐는데, 그것은 ‘가성비 갑’이라고 소문난 생활용품 브랜드 미니소의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해당 브랜드의 블루투스 스피커는 지난해부터 저렴한 가격에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온라인에서 꽤 유명하다. 하지만 막상 구매를 망설이게 됐는데, 그건 최근 몇 년에 걸쳐 ‘저렴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몇 개 샀다가 저질 음질 때문에 항상 실망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보통 ‘블루투스 스피커’ 라고 하면 둥글고 긴 캔 모양이나 사각 탁상시계 모양 등이 대부분이다. 이 제품은 얼핏 보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정체를 알 수 없는 원반 형태로 디자인 됐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를걸?’ 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고고한 자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니트 소재의 스피커라는 매력에 마음에 홀려 구매를 결심했다. 따뜻한 이미지에 무게도 가벼워 겨울 캠핑용으로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가격은 2만5900원으로 큰 부담이 없었다.
사양은 출력 전력 3W×2, 유효거리 8~10m. 보기보다 소리가 우렁찼다. 휴대폰을 최대 음량으로 하고 블루투스를 연결했을 때 실평수 약 20평 정도의 집 전체에서 고루 소리가 잘 들렸다. 방 문이나 화장실 문을 닫아도 음악 소리가 비교적 잘 들렸다. 또 휴대폰을 들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녀도 음악 끊김 현상이 전혀 없었다. 휴대폰을 조금만 움직여도 음이 툭툭 끊기던 초창기 저렴이 블루투스 스피커와는 전혀 달랐다.
과거 ‘저렴이’ 스피커들은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뭔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제품은 특히 고음대에서 맑고 청량한 소리를 자랑했다. 물론 수 십, 수 백만원대의 고가 스피커와 비교할 때 가슴을 ‘둥둥’ 울리는 저음은 느낄 수 없지만 비교적 음질에 민감한 내게 만족감을 준 제품이다.
이 둥근 물체는 화장대, 거실, 화장실 등 집안 어디에 놓아도 거부감이 없다. 특히 초겨울 창가 햇살과 무척 잘어울렸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스피커 디자인도 이 정도까지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친김에 캠핑장에 들고 가봤다. 야외에서도 충분히 소리가 커 주변에 방해될까 오히려 볼륨을 낮춰야 할 정도로 우렁찬 볼륨을 자랑했다. 3시간 정도 충전해 4~5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