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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가스파리니 채식…운동선수 채식 어떻게 봐야할까

운동 선수들에겐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최고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 고기를 잘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외국인 공격수 밋차 가스파리니(33)가 채식을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한공 가스파리니. KOVO 제공

최근 들어 채식은 일반인들에겐 낯설지 않은 식문화가 됐다. 하지만 운동선수에게는 다소 여전히 생소하다. 다부진 근육을 유지하면서 체력 소모가 크고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겐 고기 섭취가 필수적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한다. 지난 시즌 뒤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가스파리니가 올 시즌 출발이 다소 부진한 이유를 채식에서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채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미 해외에서는 개인적인 이유나 종교·문화적인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운동선수들의 성공 케이스가 적지 않다. 채식주의자인 에우스테이스 마일스라는 영국의 테니스 선수는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는 수영 금메달을 3개를 딴 호주의 메레이 로저는 해초류만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육상의 전설인 칼 루이스 역시 유명한 채식주의자였다.

엄청난 파워와 체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프로풋볼(NFL)에서도 채식주의자가 있었다. 136㎏의 거구를 자랑하는 디펜시브 라인맨 데이비드 카터는 일체 고기를 먹지 않는 ‘비건’이다. 잦은 관절 부상에 시달리던 카터는 2014년부터 완전 채식을 시작했다. 미식축구 수비수는 최저 115㎏의 체중이 유지돼야 한다. 카터는 채식을 시작한 첫 달에 약 18㎏이 빠지긴 했지만 통증은 사라졌다. 그리고 더 빠른 스피드와 폭발력, 힘을 얻게 됐고, 두 달째 접어들면서 체중도 회복했다. 최근에는 동물 보호론자로도 활동 중인 카터는 “근육을 얻기 위해 생명을 죽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자 테니스에서 남자 못지 않은 파워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한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도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채식을 시작했다. UFC에서 활약중인 닉-네이트 디아즈 형제도 채식을 한다. 먼저 채식을 시작한 닉은 “15살 때부터 생야채를 먹는 식단으로 운동했다. 기분이나 몸상태를 가볍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30㎏에 육박하는 체구에 강타자로 활약한 프린스 필더나 잉글랜드 축구선수 저메인 데포도 비건 식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애리조나 카디널스 시절 데이비드 카터. 게티이미지코리아

완전 채식이 아니더라도 몸관리를 위해 제한적인 채식을 하는 선수도 있다. 가스파리니의 경우도 고기 대신 생선이나 해산물을 섭취하는 제한적 채식 케이스다. 배구 역시 나이가 들면서 무릎 등 관절에 무리가 가면서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종목이다. 유명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나 세르히오 아구에로(이상 아르헨티나) 등도 시즌 중에는 육식을 하지 않는다.

국내에는 아직 채식주의자인 선수는 없다.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조성숙 스포츠 영양학 박사는 “해외에서는 채식으로 성공한 선수들도 있다지만 아무래도 영양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며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50가지 영양소를 균형적으로 섭취해야 하는데 일반인들도 완전 채식으로 결핍될 수 있는 영양소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채식을 하려면 더 철저한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선수에게 채식을 권장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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