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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왜 시상식이 아닌 포항으로 갔을까

전북 현대 이동국(왼쪽)이 20일 포항지진 피해 사랑나눔 성금 접수처에서 이강덕 포항 시장에게 성금 50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전북 현대 제공

올해 K리그를 정리하는 최고의 축제인 2017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전북 현대를 위한 잔치였다. 최우수선수, 영플레이어상, 최우수감독상을 모조리 가져갔고 베스트 11에도 가장 많은 5명을 올렸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맏형’ 이동국(38)이었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K리그 최초 통산 200골과 최초 70-70클럽 가입 등 많은 기록을 달성한 이유로 이날 특별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동국은 ‘특별한’ 개인 일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동국이 시상식에 불참까지 해야했던 특별한 이유는 바로 지진이었다. 이동국은 이날 시상식에 참가하는 대신 경북 포항으로 달려갔다. 지난 15일 포항 인근에서 일어난 지진 때문이었다. 당시 진도 5.4의 이 지진 때문에 포항시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이동국에게 포항은 특별한 곳이다. 자신의 고향이자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 프로생활을 시작해 2006년까지 뛰었다. 그에게는 전북만큼 소중한 곳이다. 그런 곳이 좀처럼 보기 힘든 큰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이동국은 이날 오전 포항시를 방문해 ‘포항지진 피해 사랑나눔’ 접수처를 직접 찾아가 성금 5000만원을 전달하며 빠른 피해 복구를 기원했다. 이동국은 구단을 통해 “뉴스를 통해 포항 지진 사태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이 아픔을 함께 나눠 포항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이동국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해왔다. 이번 시즌 에두, 김신욱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선발보다는 교체 멤버로 주로 나섰던 이동국은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이번 포항 방문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선수가 어떻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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