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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돋보기]돌아온 즐라탄, 맨유엔 양날의 칼

맨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지난 1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홈경기에서 지난 4월 전방십자인대 부상 이후 7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르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폴 포그바 효과는 분명하다. 지난 19일 열린 뉴캐슬전(4-1 승)에서 포그바가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2개월 만에 복귀하자 맨유의 경기력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포그바가 없을 때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는 듯했던 선수들이 족쇄 풀린 듯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거리를 가리지 않는 패스, 공을 갖고 달릴 수 있는 능력, 골을 터뜨리는 본능까지 포그바는 그 존재만으로도 맨유의 플레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고 그의 복귀를 반겼다.

같은 날 복귀전을 치른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지난 4월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던 그는 의학계의 상식을 깨고 7개월 만에 돌아왔다. 무리뉴 감독은 그에 대해 좀 더 감상적이었다. 그는 “드라마 같은 부상을 이겨내고 그가 다시 뛰는 것을 보는 것은 굉장히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그바와 달리 즐라탄의 복귀는 무리뉴 감독의 머리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것 같다. 플랜B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지만 즐라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문제에 이르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즐라탄은 주전 골잡이가 아니라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현재 맨유의 넘버원 스트라이커는 로멜루 루카쿠다. 루카쿠는 프리미어리그 12경기,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프리미어리그서 8골, 챔피언스리그서 3골을 터뜨리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루카쿠가 아무리 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로봇은 아니다. 더구나 프리미어리그의 연말은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악명이 높다. 맨유는 23일 바젤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1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루카쿠의 뒤를 받치는 보조 스트라이커로 즐라탄만한 선수가 없다. 후반 골이 필요할 때 마루앙 펠라이니가 맡았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즐라탄은 펠라이니의 높이에 펠라이니가 갖지 못한 발기술까지 갖췄다.

문제는 즐라탄이 ‘사자’이자 ‘챔피언’이고, ‘리더’라는 사실이다. 즐라탄이 루카쿠에 이은 두 번째 옵션이라는 점을 수용하지 못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즐라탄은 루카쿠에 골잡이 번호인 ‘9번’을 양보한 뒤 웨인 루니가 달았던 ‘10번’을 달았다. 즐라탄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루카쿠의 백업 역할을 하기 위해 10번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0번은 에이스의 상징이다. 즐라탄이 10번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쉐도 스트라이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야 한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시야와 패싱력, 리그 최정상급의 중거리 슈팅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즐라탄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다. 실제로 즐라탄은 원톱으로 활약할 때도 골에어리어에서 머물지 않고 나와서 볼을 받는 등 쉐도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일 때가 많았다. 즐라탄이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상대 수비를 유인하면 루카쿠에게도 더 많은 공간과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러나 즐라탄이 루카쿠와 함께 붙박이로 뛰는 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팀 전체 공격속도가 떨어지고 공수 밸런스도 어긋나는 게 그것이다. 즐라탄이 최고의 선수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가 팀을 최고의 팀으로 만드느냐는 데는 이론이 있다.

스웨덴만 해도 그가 활약할 때 대표팀 평균 득점이 1.66골이었지만 그의 은퇴 이후 2.28골로 반 골 이상 늘었다. 그가 없는 상황에서 스웨덴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프랑스를 꺾었고, 네덜란드를 3위로 떨어뜨렸으며 플레이오프선 이탈리아마저 무너뜨렸다. 즐라탄이라는 최고의 선수가 은퇴했는데도 스웨덴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이다.

맨유도 비슷하다. 지난 시즌 그가 주전 스트라이커로 12경기를 치렀을 때 성적을 보면 5승4무3패 승점 19점으로 6위에 올라 있었다. 득점은 17골, 실점은 14골이었다. 루카쿠가 그를 대체한 올 시즌 맨유는 12경기를 치른 현재 8승2무2패 승점 26으로 맨체스터 시티(승점 34)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은 26골로 지난 시즌에 비해 9골이 늘었고, 실점은 6골로 8골이 줄었다. 공수 밸런스가 좋아진 것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공격진의 조합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마커스 래쉬포드와 안토니 마샬은 윙포워드로 스타일이 비슷하고, 후안 마타나 헨리크 미키타리안도 중앙지향적인 선수들이다. 전형적인 윙어가 없다. 가뜩이나 중앙지향적인 선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즐라탄의 가세는 팀의 균형만 흐트러지게 할 위험성도 있다.

‘사자’도 ‘넘버10’도 잊어버리는 것, 어쩌면 그것이 맨유도 살고, 즐라탄도 사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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