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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2세 딸의 엄마이자, 88세 엄마의 딸 배우 김미경

중저음의 보이스, 선악을 모두 담은 마스크. 연기에 ‘테크닉’보다 ‘진심’을 담는 배우 김미경을 ‘국민 엄마’로 묶기에는 아까운 배우다.

드라마 <고백부부> <20세기 소년소녀>를 끝낸 김미경이 오랜만에 인터뷰 나들이에 나섰다.

배우 김미경. 사진 이경섭(B컷 스튜디오)

■진심은 통한다

정확한 발성과 편안한 목소리 덕인지 김미경을 성우 출신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성우 출신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나보고 조명했던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어요. 저는 연우무대 연극쟁이 출신이에요.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TV 연기를 시작했죠.”

연기 이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터라 이런 추측들이 난무했을 수 있다. 그는 그 흔한 예능 프로그램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섭외는 많이 들어왔지만 제가 워낙 솔직한 사람이라 예능에 나가서 폭탄발언을 할까봐 못 나가겠어요. 그리고 거짓말하거나 과장되게 말하는 것도 싫구요.”

연기도 마찬가지다. 진심을 담았을 때 어떤 테크닉보다 좋은 표현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제 연기관이 딱 하나 있는데 ‘진심은 통한다’에요. 내가 정직하게 연기하면 100% 보는 이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고백부부> 첫 회에서 장나라가 화장기없는 얼굴에 머리 핀 하나 꽂고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저런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여배우가 있을까?’싶더군요. 나라에게는 얘기한 적 없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드라마 100%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미경에게는 딸 같은 친구가 몇 명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장나라와는 더욱 가까워지고 돈독해졌다.

“지금까지 만난 자식들만해도 몇 십명이 되죠. 그중에 작품이 끝나도 연락을 해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엄마 드라마 너무 잘 봤어요’라든가 ‘겨울에 촬영하기 힘드시죠’라는 안부 문자들이요. 배우 임주은, 서예지 같은 경우는 집에도 쳐들어올 만큼 정말 딸같은 친구들이 있어요. 장나라는 나이가 조금 더 있어서 깊은 대화가 가능한 친구랄까요?”

■딸 그리고 엄마 김미경

얼마 전 김미경은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수여하는 표창장을 받았다. 그는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저도 한부모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10살에 돌아가셔서 그분들의 삶이 어떨지 너무 잘 알아요. 어머니가 네 자매를 홀로 키우셨죠.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계시긴 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빈 자리는 컸어요. 그런데 특정한 직업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의 아이는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관련 행사가 있으면 참석하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많이 부족하죠.”

김미경은 22살 딸의 엄마인 동시에 88살 어머니의 딸이다. <고백부부>에서 엄마 연기를 하면서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내 주변에 남편, 아이, 엄마… 유야무야 지나가버리고 묻힌 소중한 것들을 캐내어 보게 된 것 같아요. 무심함에 대한 반성이랄까요? 엄마는 30년 넘게 교편을 잡고 홀로 자식들을 다 키웠죠.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상상도 안 갈 정도로 어머니는 강했고 절대적인 사랑을 주신 분이에요. 그렇지만 삶은 누구에게나 유한하잖아요.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걸 아니까 서글퍼지고 시간이 촉박한 거에요. 또 엄마로서 우리 딸을 보면 ‘이 아이도 언젠가 내가 없는 세상에서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가야 할텐데’하는 조급함도 동시에 생기구요. 여러모로 이번 드라마가 주는 충격이 컸어요.”

김미경은 이제는 연로해진 엄마와 근교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는다. 잠자리에 ‘엄마표 동화’를 듣고 자란 그의 딸은 작가 지망생이다.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응원해줄 생각이다.

배우 김미경. 사진 이경섭(B컷스튜디오)

■국민엄마는 드럼 연주 중

김미경은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에 묘한 표정을 짓는다. 한없이 감사한 타이틀이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다 느낀다.

“대선배님들 중에는 ‘국민엄마’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정말 연기 장인들이신데 제가 그 타이틀을 받기에는 부끄럽죠. 칭찬이니까 기분은 좋은데 그런 내공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몰아서 한 후 긴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는 김미경의 취미는 드럼, 승마, 수영, 스쿠버다이빙이다. 평소 고양이는 물론 도마뱀을 키우는 의외성도 있다.

“어릴 때 태권도나 수영 같은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집안 사정이나 엄마의 염려 때문에 꿈을 접었죠. 이제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다보니 취미가 많아요. 정적인 취미보다는 과격한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악기를 하고 싶다면 드럼을 추천하고 싶어요. 횟수로는 6년째 치고 있는데 정말 매력있어요.”

김미경은 한계를 두는 연기를 싫어하듯 나이 때문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뭘해…’라는 푸념이 제일 싫어요.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도 방법을 잘 찾으면 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길지 않으니까요.”

김미경에게 마지막으로 <고백부부>처럼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에 있다는 김미경다운 답을 내놓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만약 가게 된다고 가정해도 다시 가서 잘할 자신이 없어요. 앞으로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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