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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성태훈 작가 개인전, ‘오는 풍경-솔등재’가 만든 진경

작가가 걸어온 길이 다시금 풍경에 닿았다. 그동안 성태훈은 수묵으로 역사의 현장을 다루었고 소시민의 일상을 옮겨왔으며 현실에 대한 극복과 희망을 향해 날아오르는 상징을 그려왔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진경이자 실경의 풍경 속에 자리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조금 더 동양의 산수적인 화면을 보이고 있다.

성태훈 작가 개인전 ‘오는 풍경-솔등재’의 작품.

자연만물이 아닌 하나의 소자연으로서 작가에게 내재된 영역을 다스리고 운영하며 생기를 발하게 하는 것은 결과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번 전시에 작가가 보이고 있는 풍경의 주된 것은 땅이다. 그의 땅은 멀리서 찾아낸 것이 아니며 보는 법을 배우고 익혀 응시된 것과도 거리가 멀다. 이곳은 그가 고향 땅이라고 불러온 곳으로 도식과 관념의 적당한 선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작가의 안에 자리하던 자연을 꺼내놓은 것이다.

성태훈에게 사색은 그러한 자연과 함께하기 알맞은 태도일 것이다. 그에게 <사색이 있는 풍경>은 그가 늘 그곳에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으며 마음 한편에서 그의 삶을 지탱해온 주축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지만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태를 견뎌온 자연이며 교차하는 시간들 속에서 하나의 조화를 보이는 생명의 밭이기도 하다. 작가는 최근까지도 ‘희망’이라는 의(意)를 화면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희망을 형사(形似)로서만 쫓고자 했다면 이미 생기를 다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사(神寫)로서 옳은 것과 지속돼야 할 것을 놓치지 않았던 희망은 극복과 자유로 확장돼 여전히 그의 화면에 자리하고 있다.

성태훈 작가 개인전 ‘오는 풍경-솔등재’의 작품.

<솟대가 있는 풍경>에서 윤필(潤筆)과 갈필(渴筆)로 이어지는 작가의 호흡은 획을 최대한 아끼면서도 그가 추구해 왔던 보편의 ‘의’를 담는다. 솟대는 작가가 이어가고 있는 또다른 희망의 상징이다. 솟대가 가진 희망의 메시지는 인간사에서 추구돼야 하는 보편적인 가치이자 하나의 격으로 그동안 작가의 풍경이 추구한 진의 자체이기도 하다.

성태훈의 풍경이 자연의 자정을 담는 이유 역시 풍경을 사유하고 다시금 정서로 들이는 것이 인간의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상리(常理)이기 때문이다. 풍경은 예전의 것임과 동시에 현재의 것이기도 하다. 성태훈의 화면은 과거와 현재의 동구(同構)된 자연과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화를 구한다. 그러한 자연으로의 대응과 생기의 발현을 위해 누구라도 다가‘오는 풍경’, 그곳은 어쩌면 그가 가장 먼저 다가가고자 했으며 자신을 놓아두고 싶어 하는 진경일지 모른다.

성태훈 작가 개인전 <오는 풍경-솔등재>는 오는 15일에서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한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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