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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피플] ‘고백부부’ 제작진을 만나다 ③ “막바지 명대사의 향연, ‘도핑테스트’라도 의뢰하고 싶었어요”

창작물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심성을 닮는다고 했던가.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며 올 하반기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KBS2 드라마 <고백부부>의 제작진 역시 드라마의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한 후 육아에 한창이지만 남편으로서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연출자 하병훈PD의 감각에 슬픈 장면을 쓰려면 눈물이 너무도 앞을 가려 일단 한 번 실컷 울고 쓰기 시작한다는 깊은 공감대의 권혜주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고백부부>는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하PD가 아직은 드라마 연출에 그렇게 능수능란하지 않은, 드라마는 이제 두 편째인 신인 감독이라는 점과 권혜주 작가가 육아의 경험도, 출산의 경험도 심지어 결혼의 경험도 없는 여류작가라는 점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에게서 부족한 점은 과감하게 서로에게 의존하면서 그렇게 큰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드라마를 만들기에 앞서 복잡하게 재지않고 순수하게 공감의 크기를 넓히려고 했던 건강한 열정이 드러났다.

하PD와 권 작가의 협업으로 권태기에 싸인 부부가 18년 전 대학신입생 때로 돌아가 이미 돌아가신 엄마도 만나고, 지금은 달라진 친구들을 만나는 판타지는 안방극장에 너무나 촉감이 선연한 이야기로 전해지게 됐다. 장나라, 손호준, 장기용, 허정민, 한보름, 이이경, 조혜정, 고보결, 김미경, 이병준, 김병옥 등의 배우들보다 덜 알려졌던 이들의 모습은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티타임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이들에게서 ‘제2의 신원호-이우정’의 조합 같은 예능형 드라마의 새 역사를 볼 수 있을까.(②에서 계속)

- 서로에게 놀란 점은 있었나.

하: “놀랐던 게, 나중에 그랬죠. ‘도핑테스트를 하자’고요. 대사가 너무 좋았어요. 권작가님의 공감 능력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뛰어났거든요. 말로는 못 하는 것도 글로 나오면 되더라고요. 대본이 좋은데 못 하면 내 잘못이라 생각했어요. 드라마는 무엇보다 대본이 중요했기 때문에 믿으면서 갈 수 있었어요.”

권: “저는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고 쓰니 확답을 듣고 싶어서 계속 여쭤보게 돼요. 놀랐던 게 후반부에서는 대본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쓰고 찍었는데 제 의도가 그대로 나와 깜짝 놀랐어요. 또한 코미디적인 걸 못 살리면 눈물과 웃음이 못 섞이는 난해한 작품이 될 수 있는 대본이었는데 코미디도 그대로 연출이 돼 나왔어요. 배우들 연기도 리딩 때 본 배우도 아니어서 놀랐고요 1회 끝나고 감독님께 전화해 감사하다고 했던 기억이 나요.”

- 각자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나.

권: “많이 울면서 쓴 장면은 댓글도 달리고 호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극중 은숙이(김미경)가 진주에게 ‘네 새끼에게 가라’는 대사도 계속 고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툭 생각이 난 거였어요. 결국 진주가 엄마 때문에 남으려고 했으니 엄마 때문에 떠나는 게 맞았는데. 김미경 선생님이 등장하고 방송을 보며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하면 배우 김미경의 장점을 살릴 것인가’ ‘툭 내뱉는 거의 힘을 살릴 것인가’ 더 많이 고민했던 거 같아요. ‘아빠를 부탁해’ 대사도 있는데 되게 많이 힘들었던 장면이에요.(잠시 울컥) 저희 이야기는 부부의 이야기인데 어머니, 아버지를 통해 진주, 반도도 배울 게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삶의 무게를 보낸 분들이 한 명을 보낼 때의 마음이 힘들 거 같은 거였죠.”

하: “처음이랑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좋았어요. 다른 드라마에는 없는 권 작가만의 장점이라고 봐요. 그것 때문에 드라마가 따뜻해지고, 사람들이 따뜻하게 받아주셨다고 봐요. 마지막에 최반도가 그랬죠. ‘우리는 잠시 여행을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거라’고. 그 대사가 전체를 아우르지 않았나 생각해요.”

- 쓰기 전 눈물도 흘린다고 했는데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 되는 편인 것 같다.

권: “정말 많이 울어서 산처럼 쌓인 휴지를 치우는 게 일이었어요. 울면서 쓰고 너무 혼자 이입을 한 게 아닐까 싶어서, 시청자분들이 지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모두 ‘그 정도 아니에요’라시더군요. ‘나만 그렇구나’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웃음) 마지막에 엄마랑 술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시작하는데 눈물이 생각나 못 쓰겠더라고요. ‘확 울고 써야겠다’ 생각하고 노래를 틀고, 창밖을 보고 울려고 하는데 ‘산울림’ 노래가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가 나와서 눈물이 쏙 들어간 경험도 있어요.”

-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나.

권: “다음에도 소소한 이야기를 할 거 같아요. 사람의, 가족의 이야기요. <고백부부>에서도 사건, 사고들이 크게 있는 건 아니었고 우리는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 많이 겪게 되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싶어요.”

하: “좋은 기획 오면 해야죠. 정해진 건 없어요. 좋은 기획과 좋은 시간대가 오면 해야죠. 저흰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 연출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하: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게 꿈이었어요. 김석윤PD가 선배였는데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하시고 지금은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하고 계세요. 그 분 때문에 KBS 예능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말로는 별로 못 웃기는데. 영상으로는 조금 웃길 수 있어요.(웃음) 드라마나 다른 작품을 하면 다른 웃음 코드를 넣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공은 또 예능이니 좋은 기회 오면 해야죠. 당분간 원작 있는 드라마는 말고요. 오리지널 작품을 하고 싶어요. <고백부부 시즌2>는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웃음)”

- 곧 시상식 시즌이다. 드라마가 수상했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면.

하: “다른 욕심은 없지만 배우들이 상을 받았으면 해요. 고생하면서 연기 되게 열심히 한 배우들이라 한 것만큼은 대우 받았으면 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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