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심성을 닮는다고 했던가.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며 올 하반기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KBS2 드라마 <고백부부>의 제작진 역시 드라마의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한 후 육아에 한창이지만 남편으로서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연출자 하병훈PD의 감각에 슬픈 장면을 쓰려면 눈물이 너무도 앞을 가려 일단 한 번 실컷 울고 쓰기 시작한다는 깊은 공감대의 권혜주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고백부부>는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하PD가 아직은 드라마 연출에 그렇게 능수능란하지 않은, 드라마는 이제 두 편째인 신인 감독이라는 점과 권혜주 작가가 육아의 경험도, 출산의 경험도 심지어 결혼의 경험도 없는 여류작가라는 점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에게서 부족한 점은 과감하게 서로에게 의존하면서 그렇게 큰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드라마를 만들기에 앞서 복잡하게 재지않고 순수하게 공감의 크기를 넓히려고 했던 건강한 열정이 드러났다.
하PD와 권 작가의 협업으로 권태기에 싸인 부부가 18년 전 대학신입생 때로 돌아가 이미 돌아가신 엄마도 만나고, 지금은 달라진 친구들을 만나는 판타지는 안방극장에 너무나 촉감이 선연한 이야기로 전해지게 됐다. 장나라, 손호준, 장기용, 허정민, 한보름, 이이경, 조혜정, 고보결, 김미경, 이병준, 김병옥 등의 배우들보다 덜 알려졌던 이들의 모습은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티타임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그들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고백부부> 탄생과 완성을 말했다.
- 모두가 하반기 흥행작으로 꼽는다. 흥행비결을 어떻게 보나.
하병훈PD(이하 하):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어요.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타임슬립’ 설정에 웹툰 원작이었기 때문이죠. 부담도 컸고. 반대도 많았어요. 윗분들에게 저희는 다르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면 ‘모든 PD가 다 다르다고는 하더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저희는 공감하고 체험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어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했던 부분에 공감하고. 과거로 간 거 같은 체험을 통해 옆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소중한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죠. 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권혜주 작가님이랑 함께 했는데 예상보다 큰 반향이 있었죠.”
권혜주 작가(이하 권): “이렇게까지 좋은 이야기 해주실지 몰랐어요. 저희는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고요. 저는 뭣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감정을 ‘이렇지 않을까’ ‘이런 감정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진심을 다 했던 거 같아요. 좋게 봐주신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깜짝 놀랐고요.”
- 권 작가가 미혼인 상황이 놀랍다. 어떻게 이런 감성을 이해했을까.
권: “육아의 디테일한 부분은 감독님한테. 이야기를 들었고, 들으면서 ‘이렇겠구나’ 감정 이입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주변에 친구들과 선배 언니들이 육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들었어요. 대사 중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라는 부분도 그런 들은 이야기에서 시작된 거죠.”
- 복고 드라마로서 과거를 고증하는 일도 중요했을 듯하다.
하: “<응답하라> 시리즈는 의식 안 할 수가 없었죠. 스토리 회의를 하는데 아이디어 낼 때마다 ‘<응칠>에 나왔어요’ 이야기가 나왔죠. 그래서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서 드라마를 봤어요. 그리고는 ‘똑같은 건 하지말자’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 팀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연신 들었죠. 복고코드는 많이 빼고, 향수를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갔죠. 비교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 캐스팅 역시 미혼 연기자들에게 돌아갔다.
권: “이야기를 많이 했죠. 손호준씨와 장나라씨랑 맞춰가는 시간을 보면서 저도 몰랐던 감정을 쓰면서 안 경우도 많아요. 두 분이 배우라 타고난 부분도 있었고요. 믿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대사 중 세세한 부분에 대한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권: “대본 작업 할 때 라디오 틀어놓고 해요. 라디오만큼 주부들이 생활공감들이 있는 데가 없기 때문이죠. ‘짧은 치마를 입어도 될까요’ 사연은 라디오에서 나왔어요. 대학시절로 되돌아간 상황에 대해서는, 친한 언니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아기랑 있을 때는 내가 사라질 거 같은 거야’라고 하시더군요. 그게 어떤 감정인지 알겠더라고요. 세상은 돌아가는데 나만 그대로고 정체되고 사라지고 싶은 감정, 육아를 하는 분들은 공감하니까 가끔 그 감정이 다가오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 인기가 커지면서 후반부 구성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권: “결말은 6회, 7회 정도 쓰다가 ‘이런 식으로 가야겠다’ 맥은 잡았어요. 반응을 듣기는 하는데 흔들리기도 하고 그렇죠. 저는 안 흔들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대중들에게 ‘이런 이야기에요’라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남길(장기용)이랑 반도(손호준) 이야기에서 남길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진주(장나라)와 잘 되는 결론이 나면 ‘매장 당하는 거 아냐’ 생각하기도 했어요.(웃음)”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