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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콘썰리뷰]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 그 강력한 결속을 탐구하다

애초에 기자회견만 보고 물러나도 될 일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난 2월 콘서트에서 보여주지 않은 신곡의 무대만 슬쩍 훑어보고 나와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서 역동하는 그들의 모습과 그보다, 어쩌면 더 역동했을 2만 관객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2017년은 그룹 방탄소년단과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잊히지 않는 한 해가 됐을 것이다. 단순히 새 앨범을 내고 이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을 하거나 무대에 서고, 국내에서 새 앨범이 140만장 팔리는 사실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수 싸이의 이후 ‘전인미답’의 경지로 여겨지던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 200’ 차트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그들의 모습이 그들의 지금 성공을 증명한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 더 파이널’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싸이와 다른 공기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의문 부호를 다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과가 모두 열성적인 팬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미니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의 음원 성과가 당시 아이유 등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그들의 히트곡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흥얼거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강력한 팬덤을 갖고도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수들의 사례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그래서 궁금했다. 방탄소년단과 ‘A.R.M.Y(아미)’라고 불리는 이 팬덤과의 교감이, 그리고 이 깊은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말이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그들의 ‘윙스 투어’ 마지막 공연은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다.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큰 틀에서는 지난 ‘윙스 투어’ 개막 공연과 유사했다. 지난 2월 공연에서는 정규 2집 수록곡 ‘낫 투데이(Not Today)’로 시작했던 공연이 이번 앨범 타이틀곡 ‘DNA’의 선율과 함께 시작한다는 점이 달랐다. 그들은 오프닝에서 빌보드 뮤직 어워즈 수상 장면을 집어넣고 최근 리믹스 버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이크 드롭(Mic Drop)’을 연이어 불렀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수상에 대한 소감이 자못 겸손한 모습으로 뭉뚱그려져 있었지만 확실하게 자신감에 찬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멤버들의 개인무대가 끝나고 ‘아이 니드 유(I Need U)’나 ‘세이브 미(Save Me)’ 등 귀에 익숙한 멜로디들이 흘렀다. 7명의 멤버는 각자의 정체성에 맞춘 무대를 선보였고, 유난히 RM(구 랩몬스터)이나 제이홉, 슈가 등 힙합을 기반으로 한 멤버들의 부각이 두드러졌다. 후반부 이들의 전매특허인 메들리에서는 이들의 2013년도 발표곡 ‘N.O’가 추가된 ‘런’ ‘불타오르네’ 등의 곡들이 선보였다.

멤버들의 무대보다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객석의 분위기였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는 어떠한 팬덤보다 강력한 단결력을 자랑한다.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은 이들의 강한 연대감과 지지력은 방탄소년단의 짧은 시간 동안 국내는 물론 특히 해외에서 큰 성과를 내게 한 힘이었다. 역시 이들은 객석에서도 일사불란했다.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공식 응원도구 ‘아미밤’의 점멸은 마치 ‘아미’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멤버들이 중간 ‘아미밤 파도타기’를 제안하자 이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림과 같은 장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 더 파이널’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는 큰 서사시처럼 짜여있는 공연의 후반부에서 돋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길’ ‘본 싱어(Born Singer)’ 등을 통해 당시의 불안했던 자신의 심경을 그대로 토해놓는 듯한 노래들을 선보였다. 그 뒤에는 약 5년 전 그들이 처음 세상에 공연을 선보일 때 당시와 현재의 모습이 겹쳐지며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냈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본 싱어’라는 곡은 방탄소년단과 ‘아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 같았다. 정식 앨범에는 실리지 않고 2013년 ‘믹스테잎’(상업적 의도가 아닌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만드는 비정규 음반) 형태로 실린 이 곡에는 방탄소년단이 데뷔에 즈음해 느낀 심정이 짙게 깔려 있었다. 지금의 성공을 생각지도 못했던 안타까운 그 당시의 자신을 노래하면서 멤버들의 얼굴은 복잡한 감회로 얽혀있었다.

이때 팬들이 든 피켓 이벤트가 멤버들 눈물의 도화선이 됐다. “우리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라는 문구는 그들이 초반 오프닝 영상에서 했던 독백 ‘바다에 다다른 줄 알았지만 사막이었다’ ‘두렵던 사막은 우리의 피, 땀, 눈물로 채운 바다가 됐어’의 답과도 같았다. 원래 이날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리더 RM은 자신이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고백했고, 제이홉 정도가 “오늘은 좀 위험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예감을 말했다. 하지만 이 문구가 나오자 멤버들은 하나 같이 허물어졌다. 기쁜 날이라고 계속 되뇌었지만 눈물은 쉴 새 없이 새어났다.

그 순간, 고척스카이돔은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용광로 같았다. 가장 슬픈 눈물을 누군가는 아무도 몰래 혼자 훔치는 눈물이라고 했다. 치열한 과정을 통해 지금의 성과를 이뤘고 그 모든 부분을 지탱해준 감정적인 이유를 바라본 방탄소년단과 그들을 지지해 준 팬덤은 그렇게 마주 서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방탄소년단의 눈물은 지금껏 그들이 자신의 기쁨과 설렘, 좌절과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 왔기에 더욱 솔직해 보였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그렇게 큰 고척스카이돔에서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팬덤이 가장 1차적인 역할을 했을 터였다.

막바지에 팬들의 반응을 전하며 “너희가 그렇게 잘 돼서 좋은데, 내 꿈은 아직 보이지 않고 너희가 멀어지는 게 두렵다”는 글을 봤다는 RM의 대답은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감흥을 일으킬 만큼 설득적이었다. 비록 함께 그 꿈을 이뤄줄 수 없어도, 그 꿈을 이루는데 바라볼 수 있는 이정표가 자신이 되거나 자신들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라는 RM의 모습은 왜 ‘아미’가 방탄소년단에게 그토록 헌신할 수밖에 없는지의 단면을 보였다. 이들은 단순히 팬과 스타와의 관계라기보다는 같은 신념과 지향점을 바라보는 ‘파트너’ 또는 ‘동지’의 관계와 같았다. 무대 위 방탄소년단의 감정이 관객석에 여과없이 투영되고 다시 해일 같은 성원으로 무대로 되돌아오는 과정은 그러한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통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 더 파이널’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연은 끝났고, 일본 활동을 시작하는 방탄소년단도 ‘아미’도 국내에선 당분간은 공식적으로 휴식기를 갖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아마 새 앨범을 준비할 것이고, 또 다른 방법으로 팬들을 만날 준비를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유명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받는 관심과 비례해 그들의 성과를 폄하하거나 무시할 목소리가 커지는 일도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강력한 결속은 다른 어떤 가수에 비해서도 서로에게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방탄소년단의 계속되는 서사와 그에 따르는 성과는 기자에게도 계속 지켜봐야할 일이다. 앞으로 이 과정에서 이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왜곡없이 전하는 일이 다시금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무책임한 추종이나 미화는 그들 역시 원하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소년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진할 예정이다. 그걸 똑바로 지켜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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