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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LG에 필요한 건 , 쾌도난마의 ‘결단력’

지난 10월 류중일 LG 신임 감독의 취임식. 우측부터 차우찬, 박용택, 류제국, 류중일 감독, 신문범 대표이사, 양상문 단장, 진혁 경영지원실장. 연합뉴스

LG의 스토브리그 전략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자유계약선수(FA) 손아섭 영입전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부터다. LG는 관심 대상 중 한명이던 황재균의 진로가 kt로 확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아섭을 잡지 못한 아쉬움은 컸다.

손아섭을 놓고는, LG 프런트와 현장은 물론 그룹에서도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현재 KBO리그 외야수 가운데 톱클래스 선수로 여러 모로 활용도가 높은 카드였다. 뿐만 아니라, 손아섭은 그라운드에서 작은 움직임으로도 승부욕을 줄줄 흘리고 다닐 만큼 근성 있는 선수로 정평이 나있었다. 몇년째 세대교체를 시도하며 팀 문화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선수가 필요했던 LG로서는 ‘손아섭 카드’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LG는 손아섭과 몇 차례 만남에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LG는 그의 원소속구단 롯데보다 한 발짝 앞서 손아섭 영입전을 진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돈이든, 말 한마디든 협상에서 상대 마음을 잡을 결정타 ‘한방’이 부족했다. 어떤 구단이라도 모두가 원하는 합리적 수준의 계약을 원하지만, 현재의 KBO리그 흐름처럼 소수 FA에만 복수의 구단이 올인하는 상황에서는 상식적인 움직임만으로는 대상을 잡을 수 없다.

LG는 FA 시장뿐 아니라 외국인선수 영입전에서도 변죽만 울리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몸값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좌완 데이비드 허프와 결별한 데 이어 메디컬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아 쥐고 놓기를 거듭 했던 레다메스 리즈를 끝내 포기했다.

LG는 외국인선수 협상에서도 무척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존 외국인투수이던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는, 지난 이력을 감안할 때 괜찮은 조합이었지만 갑자기 툭 튀어나온 리즈로 인해 그간 함께 했던 둘에는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허프의 경우, 올해 부상 때문에 19경기만 등판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2시즌 평균자책이 2.66으로 특급이었다. 1선발로 점찍었다면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도 보인다.

KBO리그에서 대형 계약을 여러번 했던 한 구단의 관계자는 “몇 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수 십억원을 쓰면서도 결국 그것 때문에 선수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그로 인해 나중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되기도 한다”고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주요선수와 협상전의 어려움을 전했다.

LG는 일단 소사와 재계약 가능성이 다시 커졌지만, 외국인선수 셋 자리를 하나씩 다시 채워야하는 상황이다. 이것저것 재는 타이밍도 있기 마련이지만, 대상을 좁힐 때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손을 뻗을 필요가 있었지만 다시 출발서에 서고 말았다.

LG는 정규시즌 종료와 함께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으로 짜여진 새 체제로 접어들어 있다. 꽤 오랜 시간 달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결단력’과 그에 맞는 ‘추진력’이 아쉬운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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