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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출신 최초의 코치…서재응이 다시 여는 메이저리거 1세대의 길

KIA 타이거즈 제공

세월이 지나 야구인생도 한 바퀴를 돌았다. 한시대를 주름잡았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 가운데 서재응(40)이 처음으로 지도자 인생의 길을 연다.

은퇴 2년 만에 KIA에서 코치로 새출발하는 서재응은 이른바 메이저리그 1세대 출신이다. 1998년 뉴욕 메츠에 입단해 2008년 국내 복귀할 때까지 10년을 미국에서 뛰며 통산 28승40패 평균자책 4.60을 기록했다.

박찬호로 출발해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에 김선우, 봉중근으로 이어진 코리안 메이저리거 1세대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 메이저리그 열기를 출발시킨 선수들이다. KBO리그에서 뛰면서 경력과 지명도를 쌓은 뒤 포스팅시스템이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입성하는 지금의 ‘미국 진출’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졸업 뒤 밑바닥부터 출발해 꿈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데 성공한 세대들이다.

이들 모두 시간이 흐르면서 KBO리그로 복귀했고 지금은 은퇴를 했다. 아직 선수로 남아있는 봉중근(LG)을 제외하면 모두 은퇴 이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인 두번째 메이저리거였던 조진호가 짧은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해 2014년 삼성 코치가 됐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선수로서 화려한 시절을 거친 뒤 지도자로 데뷔하는 사례는 사실상 서재응이 처음이다.

KBO리그 이외에 메이저리그에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했던 투수 출신이기에 코치로서도 색다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해 2년 동안 방송해설가로 활약한 서재응은 보통 은퇴 직후 진로로 선택하는 지도자 연수를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있던 시점부터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

은퇴 몇 년 전, 서재응은 일본 돗토리로 재활훈련을 갔을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주니치 선수들이 체조하고 캐치볼 하는 모습을 봤는데 허리 턴 자체가 정말 빨랐다. 내게는 ‘신세계’였다”며 “그 뒤로 일본 에이스급 투수들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투구 폼을 분석하고 혼자 이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로서 자신을 좀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은퇴 이후 지도자 준비로 이어졌다. 코치로서도 한국 야구와 비슷한 지점은 오히려 미국보다 일본 야구라는 점에서 서재응은 이제 ‘메이저리거 출신’ 타이틀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서재응이 가장 기대받는 부분은 ‘소통’이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수와의 소통이다. 서재응이 선수 시절 보여준 활발하고 유쾌한 성격은 젊은 투수들이 많은 KIA에서 코치로서 큰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서재응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서재응은 미국에서 뛰던 시절 메츠 트리플A에서 인연을 맺은 댄 워슨 코치에 대해 평소에 자주 이야기해왔다. “모든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론만을 강요하는 코치도 있었지만 선수마다 다른 개성을 이해해주면서 맞춤형으로 지도해주는 코치도 있었다. 워슨 코치가 그런 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도자로 데뷔하는 서재응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표도 그렇다. 서재응은 “선수로 최근까지 같이 뛰었지만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를 전부 알지는 못한다.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이야기를 하고 많이 물어보려 생각하고 있다”며 “요즘 선수들도 인터넷을 통해 각자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나 역시 더 공부하고 준비를 잘 해야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도 김선우, 최희섭 등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했던 그들과 자주 만나면서도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출신 중 코치가 없다는 사실은 생각해보지 않아 전혀 몰랐다”고 웃으며 “초보 코치니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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