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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도원“‘강철비’ 양우석 감독, 의연하고 대단한 사람”

배우 곽도원에게 ‘양우석’이란 세 글자는 남다르다. 영화 <변호인>서 배우와 감독으로 만난 이후 신작 <강철비>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췄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작품 시나리오가 곽도원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인연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배우는 쓰이는 존재라 파리 목숨 같아요. 감독이 ‘너 안 쓴다’고 하면 끝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절 위해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행복이죠.”

배우 곽도원, 사진제공 NEW

최근 ‘스포츠경향’ 앞에 나선 곽도원은 <강철비>에 대한 흡족한 마음을 여러차례 표현했다.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가끔은 진지하게 돌변하는 눈빛으로 작품을 향한 애정을 보여주고, 또 보여줬다. 특히 양우석 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양우석 감독 단점? 연기 욕심 있어”

‘천만 영화’ <변호인>은 양우석 감독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함께 작업하며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던 곽도원도 당시 어려움을 회상했다.

“양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투자를 받으려 했는데 돈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캐스팅할 때 계약금을 못 줄 정도였죠. 그럼에도 배우들이 뭉쳐서 한번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이번엔 감독할 사람이 없다는 문제점에 또 부딪혔어요. 나서는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양 감독이 자연스럽게 메가폰을 쥔 거예요. 초반엔 다들 걱정하긴 했죠. 하지만 너무나도 근사하게 잘 해냈잖아요. 아마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굉장히 의연하고 대단한 사람이거든요.”

그의 ‘양우석 예찬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 한 번 감탄했어요. 정말 모르는 게 없더라고요. 법, 의학, 역사, 정치, 군사 등 뭘 물어봐도 자세하게 알고 있으니까 신기하더라고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훑어보면 그게 다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역학 공부까지 해서 올해 제 운세도 봐줬다니까요. 하하.”

양 감독의 장점만 말하지 말고 단점 하나 귀띔해달라고 하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현장에서 자꾸 연기하려고 해요. 제 앞에서 상황 설명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 때마다 ‘내가 그렇게 똑같이 하면 돼?’라고 타박하죠. 하하. 다신 그러지 말라고요. 사실 감독이 먼저 선을 보이면 배우는 저도 모르게 그걸 따라하게 되거든요.”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칭찬으로 말을 돌리는 그다.

“그 양반이 열정이 많아서 그래요. 머릿 속에 철두철미하게 계산이 되어 있어서 연기로 나오는 거죠. 해맑으면서도 강하고, 지혜가 많지만 겸손한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강철비’ GD 노래 삽입? 원래는 ‘판타스틱 베이비’였다”

영화에 대한 화제로 넘어오니 그의 입이 더 바빠졌다. 볼거리가 많은 만큼 얘기할 것도 많았다.

“영화가 아무리 화려해도 재미가 없으면 관객들은 안 보잖아요. 그런 면에서 <강철비>는 자신 있습니다. 곳곳에 맛있는 먹거리들을 둬서 보는 재미를 더욱 높이려 했거든요. 남북 문제를 진부하지 않게 전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버무려 놓은 게 신의 한수였어요.”

극 중 그룹 빅뱅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가 삽입된 것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원래는 ‘판타스틱 베이비’란 노래를 넣으려고 했어요. 근데 가사가 와닿지 않고 못 외우겠더라고요. 대신 ‘삐딱하게’는 극 중 이혼 당한 ‘곽철우’(곽도원)에게 잘 맞는 것 같아서 제작진에 이 곡을 넣자고 제안했죠. 북한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면 다들 ‘삐딱하게’ 부를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바꿔 넣었어요.”

그가 연기한 ‘곽철우’는 영어, 중국어 등을 섭렵한 캐릭터. 엘리트다운 외국어 대사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단다.

“데뷔 26년 만에 대사 까먹는 꿈을 꿨어요. 꿈 속에서 촬영장에 갔는데 영어 대사를 못 외웠다고 엉엉 울었죠. 미안하다면서. 하하. 얼마나 긴장했으면 그런 꿈을 다 꿨겠어요. 일어나자마자 영어 대사를 미친 듯이 외웠어요. 촬영까지 한달 정도 남아서 달달 외웠는데, 진짜 안 외워지더라고요. 고생 많이 했어요.”

그 어느 때보다도 애정과 열정을 쏟은 <강철비>, 곽도원은 관객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있을까.

“‘재밌다’는 말도 듣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로 논쟁거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요즘 재밌는 것 없냐?’고 누가 물으면 ‘<강철비> 봐라’는 말도 나왔으면 좋겠고요. 시나리오 볼 때 이 영화를 두고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할지 정말 궁금했는데, 이젠 그걸 확인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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