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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일본 포르노(AV) 저작권 인정 파문···시민단체 “여성 인권 강제로 짓밟는 AV도 저작물이냐”

시민단체 오픈넷이 법원의 일본 성인 비디오(일명 AV) 콘텐츠의 저작권을 인정한 판결과 관련 4일 “일본 포르노 제작을 장려하자는 서울고등법원”이라며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과정으로 제작된 일본 AV도 저작물이냐”고 반문했다.

오픈넷은 이날 “급기야 포르노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달 7일 서울고등법원 한규현 판사가 AV업체들의 저작권 침해금지청구를 인용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고 도저히 사회 일반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음란물”이 아닌 한, 저작물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픈넷에 따르면 재판부는 음란물을 “일방적인 강간행위를 그대로 담은 스너프 필름(snuff film)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촬영·편집한 포르노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AV는 대본에 따라 기획·촬영되었고 조명, 미술, 편집 작업을 거쳤으므로 저작물로 인정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오픈넷은 “서울고등법원이 일본 AV제작사들의 저작권 침해금지청구를 인용한 것은 일본 AV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고 일본 포르노 제작을 장려하자는 정책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일본 AV 제작사들은 일본 법원에서도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했고, 대만 고등법원과 독일 뮌헨 법원도 일본 AV와 같은 포르노 영상은 창작적 표현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법원이 포르노에 대해 이렇게 관대한 이유는 저작권 최대주의에 물들어 저작권법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저작권법은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창작적 표현만 보호해야 하는데, 보호 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되면 무언이든 표현만 하면 보호되는, 그래서 문화의 발전이란 제도의 목적은 사라지고 표현물 보호라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단언했다.

오픈넷은 “더 큰 문제는 서울고등법원이 여성 인권 침해에는 눈을 감았다는 사실”이라며 “일본 AV가 이른바 ‘신작 경쟁’으로 젊은 여성들을 속여서 강제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일본에서 사회 문제가 된 지는 2년이 넘었다”고 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길거리를 걸어가는 젊은 여성들을 가수나 배우로 키워주겠다고 유혹하여 신분증을 복사하고 계약서를 쓰게 한 뒤 촬영장에서 거액의 배상금으로 협박하여 포르노를 찍게 하는 것”이라며 “대본이 없이 강간당한 장면이 찍힌 여성들이 자살하기도 하고, 미성년 피해자도 나오고 있다. 작년 초 일본 인권단체(휴면라이츠나우)의 폭로로 촉발된 AV 강제 촬영 문제로 일본 경시청이 AV 제작사들을 압수수색하였는데,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저작물로 인정한 AV의 제작사가 여기에 포함되어 회사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오픈 넷은 “AV 강제 촬영으로 기소된 자들이 최근 오사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잇따르고 있는데, 대한민국 수도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포르노가 버젓이 저작물로 인정되고 일본 포르노 제작사들은 범법자가 아니라 저작권자로 당당히 권리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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