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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우리가 모르는 프로야구 세계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본격 야구 미스터리 소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최혁곤·이용균 지음, 황금가지

“완벽을 향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이 존중받음으로써

그 모든 노력이 빛이 난다.

야구는 그래서 리스펙트의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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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10년간 꾸준히 상위권에 머문 팀보다 10년간 단 한 번이라도 우승한 팀이 나아 보여. 나는 진짜 스토리가 있는 야구팀을 만들고 싶다고. 그깟 4위가 뭐가 중해? … 말끝마다 그놈의 4강 타령. 약고 무능한 패거리가 생존용으로 들이미는 자랑질이 역겹더라. 아니지, 이제 다섯 팀 올라가니까 5강이다. 그런데 4강은 준결승 느낌인데 5강은 그렇지 않지. 그러니까 가을야구네, 가을행 티켓이네 어쩌고 하는 이상한 말을 쓴다고. 다 허무한 수사에 불과해.” -74~75쪽

“고 감독은 야구를 보는 눈은 탁월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없어. 식솔들이 헛짓해도 절대 도려내지 못해. 그건 천성이야. 나는 고 감독이 물러나지 않는 한 그 아래를 칠 수 없다고 판단한 거야. 내년 목표도 그냥 중위권. 무슨 의미가 있지? 이런 식의 운영은 무능한 스태프들의 생명연장 도구밖에 안 돼. 야구는 수익률 게임이 아니잖아. 승자와 나머지만 있는 게임이라고. 나는 진작 확신했어. 그들 용도는 여기까지. 싹을 자르지 않는 한 우승은 못한다. 그래, 네 말대로 관중석에서 보니 다 보이더라.”-76쪽

“야구가 강해지는 순간은 모두의 야구일 때다. 선수 모두의 야구를 넘어 구단과 팬들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지는 야구.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꿈을 꾸는 모두의 야구. 몽키스가 꿈꾸는 야구다.” -83쪽

“예전에 모 구단의 프런트가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도 국정원처럼 스포트라이트 없는 음지에서 일해요.” 그렇다면 ‘조국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이 아니라 ‘우승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쯤 되려나. 우승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이라니……. 그 문구에서 공감 이상의 짠함이 느껴졌고, 바로 감동했다. 나도 글 세계로 동화되는 느낌이랄까. 기이한 힘이었다. 오늘 밤만은, 음지에서 뛰는 이 땅의 모든 프런트에게 경배.”-137쪽

“고은돌이 옛 똑딱이 스타일을 통해 방법을 찾았다면, 김명일은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방법을 찾았지 말입니다. 바로 타구를 띄우는 메이저리그 스타일. 팬들의 진정한 쾌감은 그런 노력형 선수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거고 말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고은돌은 이제 제게 매력적이지 않아요. 백업으로 밀린 김명일이 타고난 재능이 아닌 분석과 훈련으로 다시 주전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단 말입니다.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흥분하고 소리치고 싶지 말입니다. 원팀을 위해 헌신하지 않는다면 뛰어난 선수는 될 수 있지만 훌륭한 선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211쪽

“그래서 말이다. 내 운용계획은 이래. 선발은 어렵지만 6회가 끝났을 때 5점 차 이상 지고 있다면 너를 지체 없이 마운드에 올릴 거야. 추가 점수 그딴 거 신경 안 쓰고 쉽게 쉽게 땅볼 유도해 최대한 빨리 이닝을 끝내는 게 네 역할이야. 자연스레 꺾이는 커터는 점수 넉넉히 앞서 힘 들어간 상대 타자들을 낚는 최고의 무기가 될 거다. 그걸로 충분해. 패하는 경기의 광속 이닝이터.” -253쪽

주선규가 막 타석에 들어섰다. 이전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등번호 79번에 눈길이 꽂혔다. 대개 70번이 넘는 번호는 코칭스태프 차지다. 굳이 79번으로 바꾼 이유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모범적인 강타자 호세 어브레유를 닮고 싶어서일까. 어쩌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으리라. “원자번호 79번은 말야…….” “신 팀장, 나도 알거든. 이미 찾아봤거든. AU. 바로 금이지. 이제 좀 반짝거리는 선수가 될 때도 됐잖아. 남녀노소 모두가 제일 좋아하는 금처럼.” -341쪽

“야구장은 사랑의 신전이다. 승리를 향한 갈구와 외침은 쌓이는 패배 속에서 동지애로 발전한다. 패배가 많이 쌓인 팀일수록 팀에 대한 사랑이 커지는 일이 야구의 역사 동안 되풀이 돼 왔다. 야구장이라는 신전은 그 사랑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사랑은 노래다. 야구장에는 사랑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메이저리그 야구장, 7회가 끝나면 대합창이 펼쳐진다. 나를 야구장에 데려다 주오.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합창의 절정은 이렇다. For it`s one, two, three strikes, you`re out. 원 투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 -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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