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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봉의 여보세요]동성애 논란 ‘까칠남녀’ 폐지 결정…학부모 단체 시위의 전리품일까

음란(淫亂)은 음탕하고 난잡하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머쓱할 지경이다.

한 학부모단체가 ‘음란하다’ 낙인 찍은 한 방송사 앞에서 ‘난잡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전학연)이 최근 교육방송(EBS) 앞에서 벌이고 있는, EBS <까칠남녀> 폐지 피켓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음란’ 방송의 논거는 <까칠남녀>가 다룬 ‘동성애 특집’에서 불거졌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학부모단체의 공동대표인 이경자씨는 “소수자는 보호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이나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그렇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옛날에 변태라고 부르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변태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로 LGBT라 통칭할 수 있다.

‘난잡’ 시위의 증거는 행동에 나선 전학연의 일부 학부모가 그들의 말과 달리 교육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도덕율을 내세운 이들은 방송사 로비에 콘돔을 씌운 당근을 던졌다. 불특정한 방송사 출입자에게 각종 채소를 나눠주며 성적 도구로 활용예를 설명하기도 했다. <까칠남녀>에 흥분한 나머지, 성희롱급의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까칠남녀>는 그 출발부터 논란이 예상됐다. 국내 최초의 젠더(Gender) 토크쇼다. 지난해 3월 주간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시작한 이후, △공주도 털이 있다 △나는 오늘 쩍벌녀가 됐다 △남자들이여, 일어나라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등의 주제가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1년도 되지 않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여성가족부와 여성민우회로부터 각각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 우리 방송 사상 초유의 프로그램일 수 있다.

이경자 대표는 10일 오후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공영방송에서 동성애를 다룬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과, 패널의 편향성 지적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까칠남녀>의 류재호 부장은 “동성애 문제를 차별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라며 “패널의 편향성 지적은 이해가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 학부모단체의 지적을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반전이다. <까칠남녀>는 오는 2월19일 폐지가 지난해 이미 결정됐다. 류재호 부장은 “논란적 주제가 더이상 확장성을 가질 수 없어서, <까칠남녀>의 한계가 명확해 폐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남은 6개 아이템 중 4편은 촬영을 마쳤고, 2편은 촬영이 예정돼 있다. 더군다나 이 사실을 학부모 단체도 알고 있는 데, 이런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확인하고자 이경자 대표와 연락을 취했지만, 이미 기자의 질문에 ‘좌파’ ‘경향신문’을 직접 거론하며 “내가 미쳤지. 전화 끊는다”라며 통화를 종료한 마당에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학연의 학부모들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시위에 나선 것에 ‘꼼수’가 엿보인다. 걱정이 너무 큰 탓에 동성애의 사전적 의미인 ‘동성 간의 사랑’을 음란으로 규정한 것도 너무 나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대표가 속내를 들킨 ‘좌파’란 정치적 의미와 수미쌍관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모를 일이다.

동성애는 논란 속에 버텨내고 있는 일부 사람들의 성정체성이다. 이들을 경계하는 사람도 있고, 이들을 위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동성애에 대한 양극단이 존재하기에 이를 방송한다고 해서‘돈벌이’가 되지는 않는다.

국영방송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한다. 이에 비해 공영방송은 소수자의 낮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BS는 국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다. 동성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송 프로그램이 부당하지 않은 이유다. 제작진 역시 ‘차별의 관점’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폐지를 앞둔 프로그램의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오히려 음탕하고 난잡해 보인다. 전학연은 이달 말까지 교육방송 앞에 집회 신고를 해 놓았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 앞에 교육방송이 딱히 뭐라 얘기를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사태의 진상은 집회시 벌어지는 우발적 진상 행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방송의 주제는 논쟁을 낳지만, 성희롱 행위는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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