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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코코’, 디즈니·픽사가 그리는 따뜻하고 화려한 저승

■편파적인 한줄평 : 극장에선 티켓과 함께 손수건도 팔아야 한다.

<코코>는 디즈니·픽사에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에니메이션에는 픽사 작품 중 <샌제이즈 슈퍼 팀> 이후 두 번째로 백인 캐릭터가 출연하지 않는다. 인구의 90%가 메스티소와 아메리카 원주민인 멕시코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또한 이 영화의 메인 이벤트는 실제 멕시코의 전통 축제인 ‘망자의 날’이다. 멕시코 인들은 1년에 한 번 죽은 이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고 믿으며 그들을 위해 가정과 공공장소에 특별한 제단을 마련한다. 우리의 제사 문화와 닮아 있다. 가족의 의미는 한국에서나 바다 건너 멕시코에서나 다름없이 특별한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전통 문화를 보여주며 가족 간의 관계가 소원해진 현시대의 많은 가정에 경종을 울린다.

<코코>에서 저승은 살풍경한 곳이 아닌 화려한 불빛이 가득한 장소로 묘사된다. 죽음을 바라보는 리 언크리치 감독의 독특한 관점인 돋보인다. 또한 언크리치 감독은 망자의 날이라는 멕시코 문화를 차용하며 제단 위에 사진이 올라가지 않은 ‘망자(亡者)’는 망자의 날에도 이승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상상력을 곁들인다. 그 덕에 뮤지션을 꿈꾸는 주인공 미구엘은 기타를 훔쳐 사후 세계에 발을 들이고 의문의 사나이 헥터의 저승 탈출기에 휘말리게 된다. 서사가 진행되며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가끔 내가 저주 받은 것 같아요. 음악은 가족을 헤어지게 하고 신발은 가족을 모이게 해요”라는 미구엘의 내레이션은 복선으로 기능해 가족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영화 ‘코코’ 미구엘과 헥터(왼쪽부터).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관람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OST일 정도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음악이다.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을 동경하는 이, 음악을 도둑맞은 이, 음악을 증오하는 이가 공존하며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음악을 탐닉하고 배척한다. 한마디로 <코코>는 음악을 주제로 한 가족영화 혹은 가족을 주제로 한 음악영화다. 가족을 버리고 저승으로 간 미구엘을 가족과 연결시켜주는 것도, 마마 코코가 아버지를 기억해낼 수 있는 방법도, 사별한 부부가 다시 손잡을 수 있는 계기도 음악뿐이다. 음악을 혐오하는 코코 가족은 역설적으로 음악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음악과 가족은 우리 삶에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오늘을 살아가게 만든다.

영화 ‘코코’ 주인공 미구엘.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속에서는 우리를 기억해주는 가족만 있다면 죽음조차 슬프지 않다. 하지만 유쾌한 사후세계 생활도 이승에 있는 모두에게서 잊혀질 때 두 번째 죽음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기억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우리 마음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간다.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관에 눕혀질 때가 아니라 모두에게서 잊혀질 때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영화 <코코>는 지난 11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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