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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나는 살아 있다”…이야마 유타, 렌샤요, 커제 등 무릎 꿇려

이세돌 9단(오른쪽)과 커제 9단이 대국을 마친 후 복기를 하고 있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

‘쎈돌’ 이세돌 9단이 2018년 새해 벽두부터 치열한 승부 근성을 보이고 있다. 굵직한 대결에서 연이어 역전승을 일궈내며 식지 않는 존재감을 뽐낸다.

이9단은 지난 13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2018 해비치 이세돌-커제 대결’에서 293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1집반승을 거뒀다.

이날 대결에서 이9단은 100여 수까지는 ‘선착의 효’를 앞세워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중반 들어 완착(117수)을 범하며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 뒤집기가 쉽지 않은 국면.

그러나 이9단은 불리함 속에서 계속 판을 흔들었고, 마침내 커제 9단도 흔들리면서 결정적 패착(196수)이 등장했다. 끝내기에서는 반집을 다투는 국면이었지만, 이9단이 커제 9단보다 좀 더 집중력을 보이면서 1집반승으로 승부가 정리됐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2017 화산논검배 한·중·일 세계대회 우승자대항전’에서 당한 1집반 패배를 설욕하는 통쾌한 일전이었다. 이날 승리로 이9단은 상금 3000만원과 함께 부상으로 현대자동차 소형SUV ‘코나’를 받았다.

국후 자전해설을 하고 있는 이세돌 9단(가운데).

이날 승리는 이9단이 커제 9단에게 거둔 ‘제대로 된 1승’이기도 했다. 이세돌 대 커제의 대결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9단이 국제기전에서 맹활약한 세월은 10년이 넘는 반면 커제 9단이 세계무대 전면에 나선 지는 얼마 되지 않은 탓이다. 공식 경기에서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1년간 13판을 겨뤘다. 그 대결에서 이9단은 3승10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9단이 거둔 3승은 결국 2-3으로 패하고 만 2016년 1월의 제2회 몽백합배 결승5번기, 그리고 1-2로 패한 2016년 11월의 삼성화재배 준결승3번기에서 얻은 것이다. 결국 그동안 제대로 된 승리를 맛보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승리는 이9단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이민 해비치 호텔&리조트 대표와 우승자 이세돌 9단이 상금보드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9단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중국 윈난(雲南)성 바오산(保山)에서 열린 제5회 동준약업배 세계바둑명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롄샤오 9단을 맞아 흑불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이 대결에서도 이9단은 초반 상변 접전에서 실패하며 좌상귀가 잡히는 등 시종일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낙승을 예상한 듯 방심한 렌샤오 9단의 거대한 중앙 백대마를 포획하며 믿기지 않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하루 전인 9일 대국에서 일본의 1인자 이야마 유타 9단을 169수 만에 흑불계승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이9단은 중국 명인전 3연패에 성공한 롄샤오 9단까지 무릎 꿇리며 우승상금 50만위안(약 8200만원)을 움켜쥐었다. 새해 들어 만 35세로 이제 반상의 승부에서는 ‘저무는 해’로 불릴 만한 나이임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새해가 시작된 지 10여일 만에 1억원이 넘는 상금을 거머쥐며 기분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이9단은 늘 그랬듯이 올해도 자신만의 바둑으로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을 바둑팬들에게 약속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한 판 한 판 두는 것에 바둑의 의미가 있다. 특히 승부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내 바둑을 얼마나 두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올해도 내 바둑을 두기 위해 애쓸 것이고, 그러는 동안 우승도 하면 더욱 좋겠다.”

2018년을 멋지게 열어젖힌 이9단이 내디딜 올해 ‘바둑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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